국립공원서 차에 치인 야생동물 5년간 2013마리…로드킬 1위는
다람쥐·고라니·청설모 순…사고 40%는 생태통로 없는 곳
임이자 "야생동물 보호 의무 있어…실질적 방안 마련해야"
- 이밝음 기자,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김정률 기자 = 국립공원에서 차에 치여 죽거나 다친 야생동물이 최근 5년간 2013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약 40%는 생태통로가 없는 공원에서 발생해 실질적인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야생동물 찻길 사고는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2013건이다.
이 중 찻길 사고로 야생동물이 죽은 '로드킬'이 1107건에 달했다. 로드킬은 다람쥐가 280마리로 가장 많았고, 고라니 111마리, 청설모 96마리, 너구리 53마리 순이다. 누룩뱀이나 능구렁이, 두꺼비 등 기타 종은 567건이다.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한 국립공원은 지리산공원으로 255건(23%)을 차지했다. 로드킬 당한 4마리 중 1마리는 지리산에서 사고를 당한 셈이다. 한려해상공원이 141건으로 뒤를 이었고 소백산 139건, 오대산 74건이다. 설악산·내장산·월악산 등 17개 국립공원에서도 로드킬 총 498건이 발생했다.
특히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의 로드킬이 증가하는 추세다. 법정보호종 로드킬 비중은 2021년 1.6%에서 지난해 6.5%로 늘었고, 올해 8월 기준 9.9%로 증가했다. 수달과 담비 등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로드킬도 최근 5년새 46건 발생했다.
야생동물 찻길사고는 주로 도로가 생기면서 서식지가 단절된 동물들이 길을 건너다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공단은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모니터링 CCTV, 경고안내판, 유도울타리 등 로드킬 저감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국립공원 21곳 중 생태통로가 있는 공원은 8곳에 불과하다. 생태통로가 없는 내장산 등 13개 공원에서 발생한 야생동물 찻길사고는 395건으로 전체 사고의 약 40%를 차지했다.
일부 공원은 생태통로 뿐 아니라 다른 저감시설도 미비했다. 로드킬이 2번째로 많이 발생한 한려해상공원은 안내표지판 6개만 설치돼 있고, 로드킬 45건이 발생한 다도해공원은 과속방지턱만 설치했다.
임이자 의원은 "우리에게는 죽거나 다친 야생동물에 대한 구조와 보호 의무가 있다"며 "생태탐방로 등 인간의 행위로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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