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이 사이 치욕' 썼다 지운 홍준표 "산전수전 다 겪었다. 사퇴 없다"

2017년 5월 8일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서울 대한문에서 열린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대규모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자신에 대한 징계를 개시하자 '치욕'이라는 뜻의 글을 썼다가 지우는 등 분노로 쉬이 잠들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0일 오후 회의를 열고 '폭우 속 골프' 논란을 빚은 홍 시장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해당 행위를 했다"며 징계 대상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윤리위는 오는 26일 홍 시장 측 소명을 들은 뒤 징계수위(경고-당원정지-탈당권유-제명)를 정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골프를 친 뒤 '쉬는날 운동하는 건 자유다', '모든 조치를 다 취해놓고 한 일이다', '잘못하지 않았다'고 나왔던 홍 시장은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19일, 정치입문 27년만에 처음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홍 시장은 이처럼 고개를 숙였음에도 윤리위가 징계절차를 밝히고 하자 20일 밤 자신의 SNS에 '과하지욕'(胯下之辱) 딱 4글자를 남겼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 중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말로 유방을 도와 중국을 천하통일했던 한나라의 명장 한신 고사와 관련 있다.

한신은 동네 한량이 '너가 용기가 있다면 차고 다니는 칼로 나를 찌르고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을 기어라'고 딴지를 걸자, 훗날 큰일을 위해 사소한 시비에 휘말리면 안 된다면서 태연하게 가랑이 밑을 기었다. 한신은 동네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지만 한나라 대장군으로 천하에 명성을 떨쳤다.

이후 과하지욕(가랑이 밑의 모욕)은 훗날을 위해 오늘의 멸시, 수모, 모욕 혹은 어려움을 참는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됐다.

홍 시장은 윤리위 결정을 일종의 수모, 치욕 혹은 어려움으로 받아들여 '과하지욕'의 4자성어를 구사했다.

하지만 21일 새벽 홍 시장은 과하지욕을 내려버렸다. 이는 윤리위 결정에 대한 반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주의의 우려를 받아들인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홍 시장은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사퇴하면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지나간다'는 등 지지자들의 격려의 말에 "임기가 3년 남았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며 결코 사퇴하지 않을 것이며 윤리위 징계에 흔들릴 홍준표가 아니라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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