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회 예산심의 강화해야"…與 "정부 예산편성권 침해"

"행정부 견제 위해 예결위 권한 강화" vs "文정부 방만재정할 땐 언제고 만시지탄"
전문가 "국감·예산심의 시기 분리해야…톱다운 예산심사로 개혁 필요"

남인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 심사기능 강화에 관한 공청회에서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2.9.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이밝음 기자 = 여야는 15일 국회 예·결산 심의 기능 강화와 관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설 상임위화 및 재정 총량 심사 등 권한 강화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예결위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헌법에 규정된 정부 예산편성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열린 국회 예·결산 심사기능 강화에 관한 공청회에서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와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류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과 이같은 쟁점을 두고 논의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 동의 없이 국회가 예산안 증액을 할 수 없도록 한 현행 법규에 문제가 있다며 권력분립과 견제의 원칙상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실질화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1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 민주당 간사였던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심의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올해 지출사업이 8800여개인데 예결위에서 소위 포함해 전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무리 관대하게 세도 1700개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경험을 들어 "상임위에서 특정한 사업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하라고 의견을 냈는데 9개월 지나 결산을 하니 관계부처끼리만 협의해 다른 방식으로 해 버렸다"며 "행정부에서 어떤 감독도, 통제 절차로 걸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2% 범위 내에서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증액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과 각 정당 소속으로 예산결산 전문인력을 상근으로 두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재정의 '방만한 운용'을 문제 삼으며 예결위 권한이 강화될 경우 또 다른 정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 2017년 출범했을 때 정부 예산이 400조였는데 5년 만에 불과 200조를 넘어서 640조에 육박한다"며 "지금 와서 개헌 어떻고 예산편성 심의권 어떻고 (논의)한다는 게 만시지탄"이라고 말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에서 재정기조와 관련해 확장재정정책을 쓸 것인지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정책을 쓸 것인지 검증을 받게 된다"며 "선출된 대통령이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정책을 쓰려고 해도 국회에서 재정확장정책을 써야한다면서 예산 심의가 늦어질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을 심의할 때 100억원대 예산도 여야 간 합의가 안 되는데 연간 재정총량을 어떻게 합의하느냐"며 "국회가 연중 예산안 결정 때문에 심각한 갈등구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안 심사 강화를 위해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시기를 분리할 필요가 있는 한편, 예결위-상임위 순의 톱다운(Top-down)식 예산심사 과정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정기국회 시즌 동안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가 모두 이뤄지고 있는 현행 국회 관행을 지적하며 "국정감사와 결산은 묶어도 가능하지만 예산은 분리시키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류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회 예산심사는 (상임위) 예비심사를 통해 세부심사를 하고 (예결위에서) 종합심사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라며 "예결위 심사에서도 미시적인 심사가 반복되기 때문에 거시적·미시적 심사에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도 "국회 예산심사를 거꾸로 뒤집는 개혁이 필요하다"며 "톱다운 예산제도가 정착하면 예결위에서는 세부사업을 집어 넣을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 이해관계에 따라 '쪽지예산'을 추가하는 국회 관행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장 교수는 "필연적으로 지역구 예산을 (심의)하다보니 국가 전체적인 우선순위가 깨지는 것을 많이 봤다"며 "국회에서 몇조, 몇천, 몇백억씩 자기 지역구 예산을 막 끌어가는 행위는 횡령이나 배임에 가깝다고 본다"고 작심 발언했다.

하 교수는 "미국 예산위원회에는 선수가 높으면서 지역구가 안정된 의원들만 들어간다. 선수가 낮거나 지역구가 위험한 의원은 원대단에서 (예산위에) 넣지 않는다"고 예결위 구성 개선을 강조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