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개헌해야"vs서청원 "MB때도 못해놓고" 한판설전(종합)
이재오, 개헌 소극적인 朴비판…서청원 "무슨 개헌이냐"며 발끈
- 김영신 기자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새누리당 이재오(오른쪽), 서청원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개헌 추진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이 "당은 대다수 국민과 여야 의원 다수가 동의하는 개헌위원회를 만들고, 이번 임시국회부터 개헌특위를 운영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지금 우리는 개헌문제 보다 경제살리기에 과제를 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2014.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figure>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 원로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8일 개헌을 놓고 공개석상에서 정면충돌했다.
'개헌 전도사'로 통하는 이 의원은 당장 개헌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역설한 반면, 서 의원은 "경제가 중요한 시점에 무슨 개헌이냐"며 반박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오갔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블랙홀론'을 언급하며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을 문제삼았다.
이 의원은 "새해의 화두가 경제라고들 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화두가) 경제가 맞지만 당의 입장에서 화두는 정치개혁"이라며 "집권 1년차에 이루지 못한 정치개혁을 집권 2년차에 하지 못한다면 집권 5년동안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치개혁의 하나로 개헌을 제시, "예측가능한 정치를 국민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며 "연초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5%가 개헌을 해야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국민의 의견을 따라가는 게 소통이고 대다수의 의견과 반대로 가는 것은 불통"이라며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이라는 의견은 이해가 가지만, 개헌 논의 주체들의 제어 능력과 논의 향방에 따라 개헌이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대다수 국민과 여야 의원들이 이미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역할을 해야한다"며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특별위원회를 개설·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정치개혁의 두번째로는 '대선공약 이행'을 꼽으면서 "박 대통령께서 당선 후 개헌 논의를 하겠다고 공약했고,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돈이 많이 드는 공약을 이행 못한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지만 두가지는 돈이 들지 않는 공약이다. 이 공약까지 이행하지 않는다면 정당 불신이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청원 의원은 이 의원이 개헌에 대해 발언하는 내내 주변에 다 들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무슨 개헌이냐", "왜 저런 말을 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7선인 서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의 옆 자리에 앉는 게 보통이었으나, 이날은 공교롭게도 이 의원과 마주하는 반대편에 앉았다.
또한 평소에는 대표와 원내대표 발언 후에 선수에 따라 정몽준 의원(7선)과 서 의원이 우선 발언권을 갖는데, 이날 서 의원은 자신의 순서에서는 발언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의원(5선)이 개헌론을 꺼내들자 발끈하면서 예정에 없던 발언을 자청했다.
서 의원은 이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점을 겨냥, "이명박 정권 때 김형오 국회의장 산하에 개헌특위를 만들었다. 이 의원은 당시 모든 언론에서 'MB정권 2인자'로 불릴 만큼 힘이 있으면서도 개헌을 추진 못하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였다.
서 의원은 "지금 우리는 개헌보다는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를 살리는 데 우선적으로 과제를 둬야한다"며 "이 의원이 그런 얘길 할 수는 있지만 (개헌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법이 바로서길 원하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얘기한다"며 "우리가 팔을 걷어 부치면 박근혜 정부가 온전히 갈 수 있고, 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6·4 지방선거 등에서 침몰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새해에는 당이 화합해서 박근혜 정부 2년차의 국정목표를 달성하는 데 앞장서자는 말씀을 간곡히 드린다"며 개헌을 주장하는 이 의원을 에둘러 재차 비판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서 의원은 이 의원에게 "지금은 경제가 중요하다. 개헌 논의는 좀 미루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의원이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으나 친박계와 친이계 원로인 두 중진의원의 한판 설전으로 회의장에는 내내 어색함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은 회의 후 뉴스1 기자와 만나 "서로 정치적인 입장이 다를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면서도 "서 의원이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서 의원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 의원은 "나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해 MB정부 초기 2년에는 외국에 나가있느라 (한국에) 없었다"며 "(귀국 후) MB정부 후반기 때에는 이미 차기 대선 후보들이 (개헌은) 절대로 반대하니까…"라고 말했다.
서 의원이 '이 의원이 MB정권 2인자였을 때도 개헌을 못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 의원은 또한 "(이명박) 대통령도 7번이나 개헌을 하자고 했고, 나도 개헌안을 마련했지만 그때는 여야가 반대해버려서 안됐다"며 "(서 의원이) 그런 사정을 모른다. 모르고 한 소리"라고 밝혔다.
eriwha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