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강도높은 '내부 경고' 왜?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장하나·양승조 의원의 발언 파문과 관련, "때로는 개인의 소신 발언이 우리 내부를 편가르기 하고 당의 전력을 훼손시키기도 한다"며 "추후 당의 이해와 다르거나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2013.12.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figure>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당내 의원들의 잇따른 설화(舌禍) 파문에 강도 높은 입단속을 하고 나서 주목된다.
김 대표는 10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이 국민정서나 당론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우리 목표를 이루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개인 소신 발언이 내부 편가르기를 하고 당의 전력을 훼손시킨다는 점을 감안해 각자 발언에 신중을 기해주기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추후 당의 단결을 해치거나 당의 이해와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서는 대표로서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의 내부 경고는 새누리당이 최근 자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선언'과 양승조 최고위원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선친 전철' 발언을 문제 삼아 김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공식적인 사과 대신 '내부 경고'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설화 파문으로 인한 여권의 공세를 조기에 차단하고 국가정보원 개혁특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대표의 경고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원내대변인이었던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발언 파문 당시 김 대표가 "(홍 의원의) 발언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표명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강도라 볼 수 있다.
이는 주요 국면마다 다소 엉뚱한 '설화 파문'이 불거짐으로 인해 수세에 몰렸던 아픈 기억들 때문으로 읽혀진다.
실제 민주당은 여야간 주도권 다툼을 하던 상황에서 돌발적인 발언들이 나와 번번이 주도권을 뺏기는 등 대여(對與) 공세의 발목을 잡혀 왔다.
민주당은 지난 7월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에 초점을 맞추며 새누리당 등 여권을 압박해 나가고 있는 형국에서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과 김경협 의원의 '히틀러 비유 발언' 등이 터져 나와 민주당의 공세에 제동을 건 반면 여권에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10월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 발언 등도 민주당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장 의원과 양 최고위원의 발언도 국정원 개혁특위가 구성돼 본격 가동을 앞둔 시기에 터지면서 가뜩이나 국정원 개혁특위에 대해 마뜩치 않아 하고 있는 새누리당에게 공전의 명분만 줬다.
결국 김 대표의 경고는 당력을 모아야 할 시점에 각종 설화로 인해 내부 분열을 초래함은 물론 당 지도부의 리더십마저 흔들었던 데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이해된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그동안 당이 주도권을 쥐고 나가려고 할 때마다 엉뚱하게 우리 스스로 헛발질을 하면서 수세에 몰렸던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면서 "김 대표의 이날 경고는 그런 측면을 강하게 지적하며 당 지도부로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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