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후폭풍 정치권 강타…국회 기능 올스톱

파행 장기화조짐, 野 '강창희 사퇴권고결의안' 만지작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상정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 2013.11.2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figure>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강행처리에 따른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단독, 기습처리에 반발한 민주당은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면서 각 상임위원회 별로 진행되던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중단했다.

29일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7~8개의 상임위 일정은 취소됐고, 예산결산특위가 열리기는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여당 단독으로 의사진행발언만 이어가는 등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은 황 후보자 임명안 강행 처리를 "날치기 폭거"라며 맹비난했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툭하면 파행을 거듭하며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공방을 벌였다.

정국 경색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러다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는 것은 물론,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볼 수 있는 준예산 편성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날치기 처리는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 정신을 부정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국회를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킨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부터 정기국회 의사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에 대해 "국민께 송구할 줄 알면서도 참담한 심정으로 이 길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이 1당 독주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는 없으며, 오만과 독선에 빠져 안하무인식 작태를 벌이는 집권세력의 행태를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어제(28일)국회 일정 전면 거부 선언을 했는데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장사로 따지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마당에 다시 시장을 열자고 하는 꼴이 됐다"며 "마비된 국회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어렵사리 열었지만 또 다시 문을 닫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최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가적 위기 상황일 수밖에 없는 준예산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경제를 살리는 입법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낮밤, 쉴 새 없이 달려도 모자라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현재 국회 일정 보이콧과 더불어 강창희 국회의장에 대한 '책임론'을 꺼내들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나아가 '사퇴권고결의안'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의장이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사퇴 권고를 결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당내에서)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결국 입법부의 수장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 '7인회' 참모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자 한낱 종박(從朴)인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4인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3~4일 내에 답을 주겠다고 했던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한일의원연맹 제36차 동경 합동총회 참석차 출국하면서 양측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이 파인 형국이 됐다.

김 대표는 "황 대표가 3~4일 안에 답을 주겠다고 했는데 답 없이 오늘 출국했다고 한다"며 "민주당의 정국정상화 제안에 사상초유 날치기로 응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단숨에 상처가 아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최근 종북논란 시국미사,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도입 등으로 날선 공방을 벌여온 상황에서 감사원장 임명안 강행처리까지 겹치면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터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산안 처리가 시급한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당을 다독여 국회로 다시 돌아오게할 명분을 줘야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예결특위에 참석한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삶을 어루만져야 하는데 국민들이 정치인을 위해 기도하고 잘해달라고 바라고 있다"며 "주객이 전도됐다. 지금 야당 탓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려가면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위원장이 앞장서고 우리도 민주당에 대해 함께 하자고 호소해 이 시간 부터라도 정상화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승우 의원도 회의에서 "받아들일거 받아들이고 야당입장도 있지만 여당도 반성할 게 없는가, 탄력있게 유연하게 취해야 할 태도가 있지 않느냐"며 "양자가 협상이라고 하는 능력을 발휘해서 더이상 이런 모습 보이지 않고 강하게 나가되 야당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회 보이콧이 만능은 아니다"며 "같은 카드를 반복하면 국민 감동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예산안 처리가 안 돼 준예산까지 갈 경우 여야 모두에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다 정쟁에 성난 민심이 내년 6월 지방선거로 이어지면 정치권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unj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