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에 신중하던 김한길, 특검카드 꺼낸 이유는
"朴 대통령, '양특(특검·특위)'에 대해 결단해야"
검찰의 편파수사에 대한 '불신 선언'
공안정국 대응 및 야권 연대 겨냥했다는 시각도
- 박정양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선 관련 의혹을 특검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특검만이 국민의 신뢰 회복할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반대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2013.1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figure>민주당이 8일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특검 한번으로 해결하자는 '원샷특검'을 제안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대선 관련 사건에 관한 한 더 이상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지난 대선 관련 의혹 사건 일체를 특검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밝힌 특검 대상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및 불법유출 사건을 비롯,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권에 대한 외압 및 직권남용,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 박근혜 후보 캠프와 국정원의 경찰수사 외압 의혹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모든 의혹이 포함된다.
온건파로 통하는 김 대표가 국정원 등 국가정보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검도입을 공식 언급하고 새누리당에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내 친노(친노무현) 강경파를 중심으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듭 나왔지만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김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현 시국과 검찰 수사 상황 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일각에선 강경파의 주장에 김 대표가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특검도입과 함께 국회내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도 함께 제안하며 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귀국 즉시 '양특(특검·특위)'에 대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특검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낸 데에는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및 불법유출 사건수사가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
검찰이 참고인 신분인 문재인 의원은 직접 소환조사를 하면서 회의록 불법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해서는 당초 서면조사로 마무리지으려 한 것에 맞서 검찰 '불신선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선 참고인 신분에 불과해도 공개 소환해서 조사한 검찰이 불법유출된 정상회담 회의록을 유세장에서 낭독한 사건의 피의자인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김무성 의원)에 대해선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은 서면조사를 벌인게 드러났다"며 "극도의 편파수사이고 전형적인 정치검찰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제1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직접 소환해 조사를 하면서 정상회담 회의록 불법유출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자 피의자 신분인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로 대충 마무리하려는 검찰 태도는 누가 보더라도 형평성을 결여한 편파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제안한 특검 제안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향후 민주당과 안 의원 그리고 시민사회세력간 '신야권연대'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된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이 범야권의 국민 연대에 참여하기로 하고 민주당은 특검을 공식 요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 사전 협의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특검 요구에는 그 실현 가능성과는 별도로 정부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소송 등으로 조성된 공안정국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안정국에 맞설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김 대표가 특검을 제안한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뒤늦게 특검을 주장해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듯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줘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모든 국회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대검 앞에 집결해 검찰의 편파수사와 관련한 규탄집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정홍원 국무총리의 방문도 취소시켰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불법 선거개입과 관련된)모든 의혹과 미수사된 내용을 총괄하는 '원샷 특검'이 돼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 특위는 셀프개혁으로 시간끌기를 하는 국정원 대신, 국회가 논의하는 책임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한길 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국회를 완전히 버린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까봐 규탄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pjy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