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통진당 해산청구에 내심 불만 '끙끙'

정부, 새누리에 '또' 無통보…"이 부담 누가 다 지라고"
"해산심판 청구할 사안인가" "너무 나간 것 아니냐" 근본적 회의 시각도
"대통령이 내린 결정으로 최종 책임도 대통령에 있다" 언급도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전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헌재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제출한 것을 거론하면서 "우리 헌법은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정당을 헌법재판소 심판으로 해산시키는 게 바로 그 본질"이라고 말했다. 2013.1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새누리당내 일부에서 우려와 불만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제까지 당내에서 통진당을 해산시켜야한다는 '종북척결론'이 주된 흐름인 것처럼 비치긴 했으나, 이번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는 당과 제대로 된 사전조율 없이 갑자기 이뤄졌다는 점이 지적될 뿐만 아니라 해산심판 청구 자체에 대해서도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일, 새누리당 일반 의원들은 물론 지도부조차 언론보도를 통해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가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는 사실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호 대변인은 정부 결정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새누리당 공식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유 대변인은 "언론 보도와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 지도부도 공식석상에서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정당을 해산시키는 건 마땅하다"고 정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새누리당의 반응에 대해선 해산심판 청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이뤄진 정부 결정이고, 당도 통진당을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일단 표면적으로는 '장단이 맞는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게 뻔한 헌정사상 초유의 중차대한 결정을 정부가 당과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내린 데 대한 볼멘소리와 당혹감이 상당히 감지된다.

이번 일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이 걸린 엄중한 사안인 데다, 헌법재판소에서의 판단 과정 및 여론의 향배에 따라서는 새누리당에 적잖은 역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뜩이나 '청와대만 바라보는 무력한 여당'이라는 비판을 받는 와중인 탓에 새누리당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7일 "당 쪽에서 정부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몰랐다"며 "일이 잘 되면(통진당이 해산되면) 좋겠지만 대통령도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둬가며 정부가 이렇게 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정당에 대한 선택은 국민에게 맡겨야 하고, 우리 국민은 통진당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나서서 해산심판 청구를 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전에 당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에서 나아가 해산심판 청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다른 고위 관계자 역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초유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당과 사전 협의없이 정부가 결정을 내렸다"며 "당과 정부가 서로 다른 얘길 하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지 보조를 맞추지만 속으로는 다들 '멘붕' 상태"라고 말해 새누리당 내부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헌재에서 실제로 통진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내릴지도 새누리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통진당을 해산시키려면 통진당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인데, 법리적 다툼이 있어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판단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재원 의원은 전날(6일)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가 통진당을) 위헌정당으로 선언하고 해산제소를 하는 것 자체는 지지한다"면서도 "막상 해산 제소를 해서 헌재 재판에 넘어간 이 순간부터는 (그 결과 여하가) 저희들(당)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심지어 통진당이 해산돼야 하는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통진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이) 입증이 제대로 안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며 "어쨌든 이 문제의 책임을 지게 됐다는 사실 하나로 (새누리당에) 상당한 부담이 있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br><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 제출에 항의하며 삭발을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통합진보당 김재연, 김선동, 오병윤, 김미희, 이상규 의원. 2013.1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이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통진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안까지도 이전에 당내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새누리당이 이제까지 외부적으로 통진당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종북정당'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를 한 목소리로 옹호해야 한다는 당위론도 적지 않다.

지도부급 한 의원은 "정부가 심도있는 검토를 통해 분명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통진당 해산 심판을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당에 미리 알리지 않은 데 대한 심정적 서운함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특별한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통진당 격리법'으로 불릴 수 있는 각종 법안과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진당 의원 제명 징계안 등을 이번 기회에 처리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향후 불어닥칠 수 있는 역풍을 우려해 한발 물러서 정부와 선을 그으려는 게 당 지도부의 의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헌재의 조속한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결국 대통령이 내린 결정으로 최종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eriwha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