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제안 배경은
신당 창당 앞두고 존재감 부각 차원…제3세력 필요성 강조도
- 박상휘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 임명수사'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너무 늦었고 지금 상황과도 맞지 않다. 지금의 수사방식으로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며", "수개월째 지속되는 공방과 여야 대치 상황을 풀기위해 특별검사 수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2013.11.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독자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4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여야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두고 대치정국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안 의원이 특검 주장을 하고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개월째 계속되는 국가기관 불법개입 의혹에 대해 이젠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며 특별검사 수사를 여야에 제안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우리 정치권은 저성장, 고령사회, 양극화로 대표되는 현 경제사회적 모순구조와 불안한 미래에 대해 논의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며 "특검 수사만이 꼬인 정국을 풀고 여야 모두가 국민의 삶의 문제에 집중하는 정치의제의 대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오랜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속시원히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선 내년 지방선거 이전 창당을 목표로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목전에 둔 안 의원이 존재감을 부각하고 신당 창당 바람몰이에 시동을 거는 측면이 강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지난 'NLL(서해북방한계선) 정국'에서 여야가 극한 대치상황을 벌이고 이에 발언을 삼가하면서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국정감사가 끝난 시점에 최대 쟁점인 대선개입 논란에 적극 개입해 존재감을 키우고 지난 대선 당시 때와 같은 '안풍(안철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시도가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안 의원이 4·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민주당 한 지도부 인사도 뉴스1과 통화에서 "최대 현안에 대한 안 의원의 입장 표명은 결국 독자세력화 추진의 한 부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야권이 시급히 힘을 모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안 의원측은 그동안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하고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추진되고 있는 전국국민연대(가칭) 참여를 요구받았지만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 의원측의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연대기구(연대체) 참여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 또 참여할 경우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도 무뎌질 있다는 우려도 하는 눈치다.
따라서 야권이 모두 참여하는 연대기구에 참여하기 보다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 신당 창당 등 정치세력화에 힘을 보태려는 듯하다.
아울러 안 의원측은 특검 제안을 통해 국민에게 제3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지난 대선과정의 일들은 특별검사의 수사에 맡기고, 정치는 산적한 국가적 과제와 삶의 정치에 집중 할 것을 제안한다"며 "정치는 국민의 삶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아울러 남북관계와 급변하는 동북아정세에 효과적이고 강단 있는 국가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안 의원은 거대 양당의 대치를 소모적 정쟁으로 규정하는 한편 민생을 위한 정치를 위해서는 제3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날 안 의원의 특검 제안과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검찰 수사와 사법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운운하는 것은 3권분립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특검도입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재판진행 상황, 또 다른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시기상조론'으로 맞대응했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 이관과 관련해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게 참고인 출석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며 같은당 홍영표 의원이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의 비화를 담은 책을 출간한 것에 관련해서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는 "세력화는 계속 진행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진행 상황에 따라 날자를 잡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sanghw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