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감은 C학점"…당리당략에 매몰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평가
"새누리는 국정현안 설명할 논리 개발 못해 존재감 잃어"
"민주당 역시 과거 이슈에 함몰돼 새 이슈 못만들어"
- 김영신 기자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개의하려 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 교육부 공무원들의 불참으로 불발됐다. © News1
</figure>박근혜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인 올해 국감의 중간성적은 'C학점'으로 평가됐다. 정치권이 국가정보원 및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정쟁에 매몰돼 국감 본연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평가다.
매년 국정감사 현장을 모니터링하면서 평가하는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하 모니터단)은 24일 이같은 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쟁점에 새누리 '소극', 민주당은 '창' 역할 못해
모니터단은 기초연금, 세금논란, 원전비리,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살리기 등 국민적 관심사안에 대한 여야의 대응이 모두 수준 이하였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단은 "새누리당은 각종 이슈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하지 못하면서 집권여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야당으로부터 '보초국감'이라는 비난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또한 정기국회 이전부터 논란 대상이었던 국정원 댓글 사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폐기 논란에 매몰된 데다 오랜 장외투쟁으로 인해 국감에서 새로운 이슈를 개발하지 못했다고 모니터단은 비판했다.
모니터단은 "민주당은 전·현 정부의 정책 난맥상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부족하고, 명확한 기준 없이 '마구잡이' 증인을 신청했다"며 "이로인해 새누리당으로부터 '대선 한풀이 국감'이라는 비난을 샀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 정쟁이 도무지 끝나지 않으면서 소수정당의 존재감은 국감에서 미미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최대 피감기관 '겉핥기'…전시성 비효율 국감 여전
모니터단은 올해 국회가 역대 최대 피감기관(628개)에 대한 국감을 실시해 정작 증인신문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피감기관이 너무 많은 데다 200여명에 가까운 기업인 증인을 부르다 보니 증인들이 하루 종일 자리만 지키다 한마디만 답변하고 돌아간 경우가 허다했다.
모니터단은 지난 15일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허인철 이마트 대표는 '엉뚱한 증인'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허 대표는 "저는 대형마트를 담당하고 기업형수퍼마켓(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단은 또 '보여주기식' 증인신청이 남발돼 환노위, 기재위 등이 기업인 증인채태을 놓고 파행을 겪은 사례도 지적했다.
모니터단은 "과다한 피감기관 선정으로 인해 일반 증인은 물론 피감기관장까지 인사말 한마디를 하고 끝나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며 "과다한 기업 증인 채택으로 '기업 국감'이라는 비난을 국회가 자초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올해 국감에선 피감기관의 도를 넘는 불성실한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국감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하는가 하면,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경우 교문위원인 정진후 정의당 의원에게 '협박전화'를 건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22일 정무위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아, 미치겠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15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장에서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업무 파악을 전혀 못한 채 배석한 해수부 관계자가 뒷 자리에서 불러주는 대로 답해 구설에 올랐다.
◇툭하면 '파행'…심야 국감 남발
모니터단은 올해 국감의 특징으로 낮 시간엔 툭하면 파행하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밤 늦게 국감을 재개하는 점을 꼽았다.
한 예로 국감 첫날인 지난 14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감은 파행으로 인해 이튿난 새벽 1시까지 진행됐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증인선서 거부로 논란이 일었던 15일 안전행정위 경찰청 국감은 오후 11시35분까지 이어졌다.
지난 17일에는 13개 상임위 국감 중 절반이 넘는 6개 상임위가 파행성 정회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행으로 인한 심야국감은 첫날부터 현재까지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국사 교과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교문위의 경우 여섯차례의 국감을 진행하면서 잦은 파행으로 나흘이나 심야국감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교문위는 '6년 연속 파행' 이라는 오명을 샀다.
다만 모니터단은 "교문위가 거의 매일 자정을 넘기며 심야 국감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처럼 파행으로 아예 국감을 하지 않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재보궐 선거 국면 속 '열의'는 긍정적
모니터단은 올해 국감의 긍정적인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0·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국감 참여도와 성실도가 예년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기초연금 논란 등 복지 정책과 조세 재정 등의 정책에 대해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도 각자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윽박지르기 등 구태는 여전했지만 막말이나 저속어 사용 등은 많이 줄었고, 정책국감화 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모니터단은 밝혔다.
모니터단은 "소수이지만 초선의원들의 전문성 있는 정책 국감 의지 및 정책 대안 제시는 탁월했다"고 평가했다.<br>
eriwha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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