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재보선 '불출마'로 굳어지나?…민주당 '고심'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8개월 여의 독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귀국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3.9.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figure>10월30일 치러질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손학규 구원등판' 가능성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새누리당이 최근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를 화성갑에 공천키로 확정하면서 당내에서 '손학규 구원등판론'이 확산되자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서청원 대항마'로 손 고문을 내보내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손 고문이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손 고문은 지난 4일 저녁 김 대표와 경기 분당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로부터 "당을 위해 역할을 해 달라"며 출마 요청을 받았지만, "지난 대선에 패배해 정권을 내주게 한 죄인이 1년도 안 돼 다시 출마하는 건 국민 눈에 아름답게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고사했다.
손 고문은 김 대표가 5일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을 통해 재차 회동을 제안했지만, 측근을 통해 "출마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은 확고하니 그런 수고를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김 대표는 손 고문과 가까운 양승조 최고위원을 보내 재차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 고문이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손 고문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손 고문의 측근들도 6일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선 (불출마) 입장을 번복하는 게 더 우스운 게 아니겠느냐",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끝났다고 봐야 한다" 등의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의 한 측근 의원도 "손 고문이 전혀 안 움직이시니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 고문의 출마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실책을 부각시키며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재부각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의 국면을 타개하려고 했던 김 대표와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손 고문의 이 같은 불출마 입장 표명엔 자신의 향후 행보와 당내 역학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권 잠룡인 손 고문으로선 재보선 때마다 출마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부담은 물론 자칫 자신의 귀국이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한 것으로 곡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의 한 측근은 "이번에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마치 독일에서 돌아온 게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 온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한 당내 역학관계도 손 고문의 불출마 입장표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수후보로 내정돼 있는 오일용 화성갑 지역위원장은 당내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데다 당내에 손 고문의 '조기 등판'을 마뜩치 않아 하는 기류도 감지됐기 때문이다.
손 고문측의 한 핵심 인사는 "김 대표가 손 고문을 만나러 오면서 오 위원장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왔다고 한다. 오 위원장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손 고문에게 출마해 달라고 하는 것은 나가서 싸우기도 전에 당내에서 완전히 죽으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통정리도 하지 않은 채 지원을 요청해 섭섭했다는 감정이 드러난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결국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당으로서도 손 고문이 이번에 나가서 이기면 다행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당으로선 엄청난 실패다. 손 고문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선거를 이끌어줘야 하고, 내년 7월에도 재보선이 있으니 그 때 나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또한 화성갑 지역이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데다 손 고문이 승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여전히 손 고문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당에서 최대한 예우를 갖춰 요청을 한다면 그간 '선당후사' 정신을 보여 왔던 손 고문이 당의 요청을 외면하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독선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서청원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가 조금 더 공을 들이고, 거당적으로 손 고문에게 요청을 한다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손 고문이 결심하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손 고문과 가까운 한 전직 의원 역시 "지금 현재 상태로는 손 고문의 출마 가능성은 없다. 손 고문이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출마하라고 한다면 손 고문이 나설 수 있겠느냐"면서도 "당 차원에서 손 고문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손 고문이 당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만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손 고문이 이날 저녁 당내 손학규계 인사들과 귀국 환영만찬을 가진 데 이어 오는 8일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산하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열어 경기 화성갑 공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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