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일촉즉발' 긴박했던 하루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여야 의원 289명이 투표에 참여해 258명이 찬성, 14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기권 11표, 무효 6표가 나와 가결 됐다. 2013.9.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내란음모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예상외로 반대 등 이탈표가 많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재석 289 찬성 258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이날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국회는 새벽부터 숨가쁘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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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표결 처리될 예정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경찰들이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2013.9.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국회 전면 통제 '삼엄한 경비'

국회는 이날 오전 0시를 기해 국회 안팎에 경찰 중대를 배치하는 등 경비 태세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발한 통진당 관계자들이 체포동의안 처리를 전후로 기습 시위나 점거 시도를 하는 등 물리적 저항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이날 새벽부터 국회 정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택시 등 외부차량의 국회 진입이 전면 통제됐고, 경찰은 출입자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오후 12시께 통진당 소속 의원들이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시위를 벌일 때에는 그 수보다 배 이상이 많은 경찰 인력이 국회 계단 전면에 배치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새누리 '비상대기령', 민주·정의당 '찬성당론'

전날부터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해 '비상대기령'을 내린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과 오후 의원총회를 두차례나 개최하면서 일사분란하게 전열을 정비했다.

본회의 개최 시간이 확정되기 전이었던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본회의장에서 과거처럼 볼썽사나운 일은 안 벌어져야 한다"면서 "만에 하나 그럴 수도 있기 때문에 의원들도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찬성 당론'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후 2시30분 재차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출석 상황을 점검했다.

체포동의안 처리를 두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절차적 문제점 지적이 나왔던 민주당 또한 수시간의 의원총회 끝에 '찬성 당론'을 결정했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작금의 새누리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공세를 퍼붓는 작태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지만 당장은 헌법과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는 이석기에 대해 단호하게 처리를 해야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총에서는 일부 의원 등이 절차적 문제를 거론하고, 홍의락 진선미 의원 등도 처리 시점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역풍을 우려하는 다수 의원들의 뜻에 따라 결국 체포동의안 찬성 당론을 정했다.

한때 통진당과 한 지붕아래 있었던 정의당 또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찬성 당론을 결정지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고뇌에 며칠 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진보정치가 우리 사회의 미래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바람을 깊이 새기면서 오늘 결정에 임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야당의 찬성 당론이 결정된 후 다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의당도 찬성 당론을 정했다"며 "새누리당은 물론 의원 전원이 찬성할 것이지만 우리는 찬성 당론 이상의 결연한 의지를 갖고 투표에 임하자"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소속 의원 153명 중 현재 수감 중인 정두언 의원, 모친상을 당한 정의화 의원을 제외한 151명이 모두 참석하는 기염을 보였다.

현역의원 신분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당으로부터 반드시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본회의에 나와 표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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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김선동 등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오후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표결을 할 예정이다.2013.9.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figure>◇반발·읍소…통합진보 '최후의 저항'

통합진보당은 이날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가 임박하자 막판 저항에 온 힘을 쏟았다.

통진당은 이날 오전 8시 원내대표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책회의 직후엔 이정희 대표가 직접 정론관을 찾아 '녹취록'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과 다른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총회장 앞을 찾아 민주당 의원들에게 구명을 호소하는 유인물을 돌렸다. 통진당은 새누리당에도 이 의원 구명 서한을 보냈다.

당사자인 이석기 의원은 이날 오전 8시5분께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 집무실에 머무르며 오후 본회의에서의 신상발언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진당원들과 당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들도 국회 안팎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당원들은 이날 정오께부터 국회 인근에서 '긴급정당연설회'를 열고 시민 대상 여론전을 벌였다.

시민단체인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규탄대책위'는 오전 국회 앞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반대를 위한 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처리 반대 대책위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통진당 측의 막판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여야 할 것 없이 체포동의안 처리 강행 의사를 밝히며 본회의 개최가 확정되자, 이석기 의원은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이 의원은 "사랑과 의리로 뭉친 통합진보당을 막을자는 이 세상에 없다"며 "저는 우리가 승리하고 저들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저들은 역사의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정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본회의 1시간30분 끝에 체포안 가결…통진 "유신 부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오후 3시께 열렸다.

김미희 통진당 의원은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에 도착하자, 마이크가 꺼진 상태임에도 연단에 올라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 국회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았다.

개의 직전 본회의장에 도착한 이 의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신상발언 내용을 담은 종이를 꺼내 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후 별다른 움직임 없이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3시 국회 본회의가 시작되자 김선동 통진당 의원은 발언 연단에서 '체포동의안 결사반대', '내란음모 공작 국정원 해체' 등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하다 끌려내려왔다.

오병윤 통진당 원내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에 반대한다. 저희에게 시간을 달라. 정당한 절차를 거쳐달라. 수사당국의 법리적용이 맞는지를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궤변 늘어놓지마라", "그만하라" 등 고성과 야유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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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2013.9.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이석기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국정원은 저에게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씌워놓고 보수언론을 총동원해 중세적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며 "혐의 입증 여부와 무관하게 민의의 정당인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라는 비이성과 야만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표결이 시작된 후 자리를 지키던 이 의원 등 통진당 의원들은 표결 중간 쯤 전원 기립해 표결에 참여했다.

이 의원은 표결 참여 전 양복 자켓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무언가를 메모하기도 했다.

통진당 의원들이 물리적 저항을 할 수도 있다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표결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표결 결과는 참여의원 289명 중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로 가결이었다.

이 의원 등 통진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끝난 뒤 간단히 입장을 밝힌 뒤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국회 본청에서 떠났다.

본청 계단 앞에는 200여명의 통진 당원들이 이 의원에게 박수를 보냈고 이 의원은 두손을 불끈 치켜올리며 당원들의 지지에 응답했다.

수원지방법원은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 직후인 오후6시30분께 이 의원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 이를 국정원이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 측과 대치 상태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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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혐의로 현역의원 사상 12번째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의원회관 사무실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생각에 잠겨 있다. 여야는 이날 표결에서 총 28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2013.9.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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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wha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