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격렬해지는 'NLL 회의록' 공방

여야는 '밀려선 안 된다'는 인식 속에서 당력을 총동원하며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국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수록 여야 공방은 사실상 모든 것을 건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회의록 속에 나온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는 한편, 전날 민주당의 녹취록 폭로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으로 인해 불거진 '대선 당시 회의록 입수설'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의 조작 가능성 등을 제기함과 동시에 지난 대선 당시 회의록 공개와 관련한 여권 관계자들의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대선 과정에서의 회의록 사전 입수 및 대선 활용, 전문 공개 등이 모두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과 국정원의 교감 속에 진행됐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나라를 팔아먹을 수 있는 사람들"(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천인공노할 범죄 커넥션"(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등 거칠고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상대방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 간사단·정책조정위원장단 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의 NLL 등을 둘러싼 발언들 중에 국기를 흔들고 국민의 자존심을 심하게 망가트린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절차 문제에 대한 폭로로 본질을 결코 뒤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 몇몇 사족 논란이 붙으면서 본질이 흩뜨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고 진실"이라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께서 지극히 비정상적 저자세 정상회담을 했다고, 사실상 NLL을 포기했으며, 그러한 사실과 진실들이 대화록 공개로 인해 있는 그대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갖고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NLL에 대한 발언, 북핵 변호 발언, 북한의 대변인 노릇 발언 등이 국군통수권자, 국가수반으로서 정당했는지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순서"라며 "그간 NLL 대화와 관련, '대화 주제가 아니었다'고 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을 비호한 것에 대한 당의 입장과 이유를 국민들께 밝히라"고 압박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사건,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관련해 새누리당 및 여권 관계자들의 대화 녹음파일을 100여개 가량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을 거론, "‘민주당은 '도청 전문당'이라고 밝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도청을 하지 않고 어떻게 녹음 녹취본이 100여개나 되느냐"라고 문제삼으며 민주당의 녹취내용 공개와 함께 도청여부에 대한 검찰수사를 요구했다.

'NLL 논란'을 촉발했던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 재단이 저를 사퇴하라고, 고발하겠다고 운운하는데 책임져야할 분들이 자꾸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다. 그분이 책임지시겠다고 말씀했다. 문재인 의원은 사퇴하시길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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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대선 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파문과 관련, "권영세 주중 대사는 대화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2013.6.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figure>이에 맞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공작적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천인공노할 범죄 커넥션의 배후와 몸통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 역시 "NLL 대화록의 대선활용 시나리오 전모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짚어볼 것은 NLL 대화록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말바꾸기' 하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스스로 화를 자초한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 제 발언을 폄훼하며 시나리오가 없었던 듯 공격했던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제 본인들의 발언에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10·4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지목, "박 대통령이 DMZ(비무장지대)를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자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발언은 '휴전선 포기' 발언이냐"고 공세를 폈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노무현 정부에서) 대화록이 작성된 시기는 (정상)회담 직후 일주일 이내인데, 공개된 대화록은 2008년 1월에 생산된 것으로 돼 있다"며 "대화록이 누구에 의해, 언제,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내용의 왜곡이나 조작이 없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록이 박근혜 후보 진영으로 흘러들어가 선거에 악용된 경위와 그 과정에 있었던 후보측과 국정원간의 결탁을 규명해야 한다"며 "결국 추가적인 수사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