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대한 편견 깨겠다"…러 청소년이 北 '선전 캠프'에 참가한 이유

22일부터 내달 2일까지 관광…"사실상 체제 공고화 위한 '정치 교류'"
유료 관광 상품도 출시…12세 미만 50만원, 이상은 60만원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 씨는 최근 북한 원산에 위치한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를 다녀와 찍은 사진들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DPRK360(www.facebook.com/dprk360)"에 공개했다.("DPRK360" 제공) 2015.2.1/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나는 북한에 대한 많은 편견들이 언론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마치 비누 거품을 터뜨리듯이 저는 이러한 편견들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북한 원산 바닷가에 자리 잡은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가 오는 22일부터 내달 2일까지 러시아 청소년 50명을 맞이한다. 이들은 각자의 '북한에 방문하려는 이유'를 영상에 담아 여름 캠프에 지원한 17세 미만의 러시아 청소년들이다.

19일 NK뉴스가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약 800개의 지원 영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 지원자들은 한국어, 영어, 그리고 중국어 실력을 자랑하며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북한 동료들과 우정을 쌓고 싶다는 의지를 1분 남짓한 영상에 담았다.

영상을 SNS에 올린 것은 '무료 캠프'에 참가하는 조건이다. 청소년들은 각자의 방북 목적을 담은 영상을 찍어 러시아 SNS 플랫폼 'VK'에 개제해야 하고, '다극 세계에서 러시아의 역할', '내가 북한에 가는 것에 관심 있는 이유', '내가 북한 아이들에게 러시아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과 같은 주제에 대해 에세이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북한, 러시아에 대해 '중도적' 이거나 비판적 의견이 채택되기 어려운 방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청년 운동 단체 ‘첫번째 운동’ 회원들과 만나고 있다. 2023.1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영상에서 밝힌 지원자들의 지원동기는 다양했다. 북러관계 밀착을 언급한 한 10대 지원자는 "동쪽으로의 방향 전환은 우리의 합리적인 정치적 조치"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찬양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정신적으로 가까운 북한 사람들과 경험을 교환하는 것이 분명히 유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하며 양국 간 이념적 유사성을 탐구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

NK뉴스는 무료 캠프에 지원한 청소년들이 친러시아 성향 단체인 '청년군', 혹은 국가가 통제하는 청년 단체의 일원이라고 보도했다. 2016년 창설된 청년군은 현재까지 10만 명이 넘는 대원이 소속돼 있으며 붉은 베레모를 착용하고 준 군사복을 입는 군대식 훈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지난달 28일 타스 통신도 러시아 친정부 청소년 단체 '첫 번째 운동'이 북한의 초청을 받아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러시아 어린이들을 북한 송도원 여름 캠프에 보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단체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지도자와 함께 북한을 방문하게 되며 북한 어린이들도 러시아에 초청하는 등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관광 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별개로 같은 기간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에서 진행되는 유료 상품도 출시됐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 관광을 기획하는 러시아 관광 회사는 홈페이지에 신청 조건과 가격 등을 공시했다. 기본 참가비는 370달러로 고정돼 있으며 12세 미만인 경우 3만 2000루블(약 50만 원), 12세 이상이면 3만 8000루블(약 60만 원)이 추가된다.

이 비용에는 왕복 비행기 티켓, 비자, 숙식, 의료 보험 등이 포함됐다. 프로그램은 북한말 동아리, 태권도, 그림그리기, 바다에서 수영하기, 요트타기, 스포츠 경기 등으로 구성됐다.

부모는 여행에 동참할 수 없지만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평양 다산원에서 진행되는 성인 투어를 참가하면 같은 날짜에 같이 평양으로 올 수 있다고 홍보하며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비춰보면 이 프로그램은 북한 체제에 대한 '존경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인 유리 프로롤프(25)는 최근 자신이 10대 때인 2015년에 다녀온 북한의 청소년 캠프에서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김일성 동상을 닦고 백악관을 파괴하는 게임도 했다"라고 밝혔다. 여름 캠프에 참여하면서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한 여러 활동을 경험했다면서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북러 간 청소년들의 교류가 정서 발달, 문화 교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유대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서대학교의 러시아 연구원인 크리스 먼데이는 NK뉴스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크렘린의 최고위직에 오르기도 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청년 단체들은 체제 안정과 미래의 지도자 양성을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달 19일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며 군사적·경제적 밀착을 가속하고 있다. 조약에서는 "쌍방은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등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강화한다"라고 명시하며 각종 '문화적 교류' 확대를 합의하기도 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