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국 문화 단속 강화하면서…학교에선 윈도우·크롬 사용?
중앙간부학교 컴퓨터에 윈도우·MS오피스·크롬 설치…당 간부 교육 목적 가능성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외부 문물 유입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준공된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의 컴퓨터에 미국 소프트웨어인 '윈도우'와 '구글 크롬'이 설치돼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중앙간부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소식을 전했다. 김 총비서는 개교식에서 기념사를 한 후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의 재교육 강습을 참관하고 교무행정청사, 도서관, 식당 등을 둘러봤다.
김 총비서가 전자도서 열람실에 있는 컴퓨터를 살펴보는 사진이 함께 보도됐는데, 컴퓨터 운영체제로 윈도우가 설치된 모습이 담겼다. 윈도우 버전은 지난 2016년 단종됐던 '윈도우 7'으로 보인다.
윈도우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프로그램과 구글의 크롬도 설치된 모습도 나타났다. 북한은 해외축구 경기를 무단으로 중계했던 것처럼 MS 오피스에 대한 라이센스를 구매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 붕괴를 우려해 외국 문물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최근엔 외국 프로그램과 가자지구 주민들이 입고 있는 청바지 사진도 흐리게 가리도록 '블러'(blur) 처리를 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하는 등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문화 유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컴퓨터에 윈도우와 MS 오피스, 구글 크롬 등을 설치한 모습은 이러한 분위기와 대비된다.
컴퓨터가 배치된 장소가 고유의 통치이념인 '김정은주의'로 무장된 당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간부학교라는 점에서 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외국 기술 등에 대한 교육을 하기 위해 일부 외국 문물 노출을 감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적인 정보 시장, 유통망, 운영체제 등에 대해 (당 간부와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라며 "대체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없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조차도 고위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기관은 국제적인 운영체계를 활용해서 교육을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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