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래세대' 강조하지만…"강제노동에 고아 동원해 사망까지"
아동 강제노동 만연…고아·형편 어려운 아동은 건설현장 동원
"北, 아동 인권 개선엔 비교적 협력…실효적 권고안 제시해야"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미래세대'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동 강제노동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를 국제사회에 이슈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김원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슈브리프 '북한의 아동 강제노동 실태 이슈화 필요성과 과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를 인용해 교과 과정에 포함된 농촌지원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아동 강제노동이 북한 내에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농촌 동원의 경우 도급제를 통한 과도한 경쟁, 장시간 노동이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 과정 외에도 방과 후 노동, 교사에 의한 동원 노동도 일상화됐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소학교(초등학교)부터 지역에 따라 강냉이 심기, 감자 캐기, 화목동원 등 다양한 형태의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아동들의 교육권·건강권에 대한 위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동들을 돌격대의 노동 현장에 동원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들이 생계 활동을 하는 부모들을 대신해 위험한 각종 건설 현장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고아들이 대상인 중등학원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 비해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김 위원의 지적이다. 혜산중등학원에선 강제노동 과정에서 학생들이 산에서 길을 잃거나 급류에 휘말려 사망하는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은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를 완화하기 위해 아동과 여성 인권 개선 성과를 주로 선전했다는 점을 고려해, 아동 강제노동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문제를 제기하면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 사상·표현의 자유, 정치적 참여권 보장 등 자유권 관련 사안은 인권 침해 사실을 철저히 부인하면서도 정치체제와 관련이 없는 아동, 여성, 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게 김 위원의 판단이다.
실제 북한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비준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고 아동권리위원회의 일부 권고사항도 수용했다. 이 일환으로 2010년 아동권리보장법 제정, 2013년 조선어린이후원협회 신설, 2014년 '아동의 매매·성매매·아동음란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등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김 위원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전 주민에 대한 자유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북한 정치체제 자체에 대한 위협을 간주하는 반면 아동, 등 소수자 인권 보장은 외부의 문제제기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의도를 잘 활용한다면 아동 강제노동과 관련된 외부의 구체적 문제 제기는 북한 내 아동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북한의 반응,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북한 당국이 일부라도 가시적 개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북한 대상 유엔 인권이사회의 제4차 보편적 정례검토(UPR)도 예정돼 있는 만큼 북한 아동 인권 개선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고 김 위원은 내다봤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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