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재채기에 韓은 감기"…트럼프 2기, 미중 사이 우리 외교는
"中의 '중국몽'…서양제국에 무릎 꿇은 치욕 설욕하겠단 의지"
정세현 전 장관, '마오쩌둥의 국제정치사상' 발간…韓 외교 전략 제언
- 최소망 기자
"중국이 재채기하면 조선은 감기가 든다."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정치·경제·군사적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발간한 서적 '마오쩌둥의 국제정치사상'에서 미중 갈등 사이 한국의 외교 전략을 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권하면 미중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외교안보 원로의 고민이 책으로 발간됐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민주·공화당 정부에서 공히 추진되고 있다며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구분 없이 중국의 국력 증강과 국제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막으려 한다"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희망대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中國夢)에 따라 '부국강병' 정책을 점차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때문에 트럼프 2기 때 '인도-태평양 전략'의 추진 강도는 더 강해지고 미중갈등도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우리가 '한미동맹'의 집착을 조금 덜어내고,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립하고 '미중 등거리 외교'를 본격화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의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중국은 과거 천하의 중심이라고 자처하며 서양까지도 오랑캐로 낮춰보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라며 "한나라 이래 청나라 말기 아편전쟁에서 영국에게 허망하게 무릎을 꿇기 전까지 중국이 누렸던 국제적 위상을 되찾으려는 꿈이 '중국몽'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약시적 맥락에서 중국의 생각과 전략을 이해하고 우리의 외교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은 마오쩌둥이 1935년 당권 장악 후 중국 공산당의 최고 정책결정권자로서 만리장성과 항일투쟁을 거쳐 국·공내전서 승리를 거두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한 후 죽기 전까지 오늘날 중국 당과 정부의 초석을 다지고 정치 사상적 지주를 세운 인물로 본다. '마오쩌둥 사상'이 현재의 중국 당·정·군 간부들의 머리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선출된 후 이듬해 국가주석직에 오른 뒤 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발전시켜 가자"라고 제안했으나 이라크전에서 빠져나와 '피벗(pivot)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귀환)을 외친 미국의 답은 더 강해진 대중 견제였다.
그러자 시 주석은 2014년 중국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 경제권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 경제 발전의 목줄인 석유 수송로인 인도양과 말래카 해협을 막으려 한다면,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을 연결하는 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는 현대판 실크로드를 육지와 바다에서 두 갈래로 건설해 가겠다는 의도였다. 미국이 아시아로 돌아오겠다면, 중국은 '일대일로' 육상과 해상에서 경제 발전의 활로를 열어가겠다는 뜻이다.
정 전 장관은 이러한 시 주석의 전략이 과거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화 과정에서 즐겨 쓰던 '농촌을 돌아 도시를 포위한다'는 우회전략을 차용한 것이라고 봤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2기 집권 후 미중 갈등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선 우회전략에서의 기회를 잡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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