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美 대선 후 닷새 간 '정중동'…'전략적 무시'냐 '암중모색'이냐

러시아와 밀착이 우선…美 대북 정책 방향 정립된 후 움직일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지 닷새가 넘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나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당선인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각별한 인연'이 있어 이른 시일 내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도 있었으나, 북한은 대응에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 등 북한의 주요 관영매체는 11일 기준 미국 대선과 관련한 소식을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확정된 지난 6일부터 닷새간 미 대선 관련 보도 자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 결과 확정 직후 김 총비서가 서신이나 축전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분을 대내외에 알리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북한의 계산은 세간의 예상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며 외교적 외연을 넓히고 경제적 지원을 확보한 현시점에서 미국과 굳이 '어려운 관계'를 풀어나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8년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이 경제적 보상을 노린 것이었던 만큼, 러시아가 각종 제재를 무시하고 전방위적으로 북한과 협력하는 현 상황에서 까다로운 미국과 대화를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북한은 미국을 향해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도 우선은 '대결'에 더 방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8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수기념식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대화'도 '대결'도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할 것은 대결"이라 밝혔다. 특히 "미국은 결코 몇 년 동안 집권하고 물러나는 어느 한 행정부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후손들도 대를 이어 상대하게 될 적대적 국가"라면서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방위력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와 트럼프 당선인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국정 기조에서 갑자기 미국에 손을 내밀 경우 내부적으로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북한 당국의 고려 사항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 전략 및 대북 정책 기조가 아직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급한 반응에 나서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비핵화 협상 때 미국의 '선의'에 의지하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내며 최고지도자의 체면이 손상된 것을 반면교사 삼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전략적 무시'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연말을 맞아 각 분야별 성과 총화에 집중하는 북한이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 때까지 지금과 같은 '침묵'을 유지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물밑 접촉을 통해 김 총비서와의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 역시 최고지도자의 '친분'이라는 북한 특유의 외교적 요소를 유지하기 위해 접촉 자체에는 응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정상)들 사이에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며 국가 간 관계에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김 총비서와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적 친분이 여전히 유효한 개념임을 인정했다.

북한은 당시 논평에서 "미국의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면서 '공은 공, 사는 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는 북미가 본격 외교를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접촉이 가능한 명분이 될 가능성도 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