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듯 러시아 간 北 최선희…'김정은 메시지' 무엇일까

국제사회 대응 강화에 맞서 군사·외교 압박 돌파구 마련 논의
파병에 대한 '대가' 논의 가능성도…김정은 방러·美 대선도 안건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최선희 외무상 일행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28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한러시아 특명전권대사가 배웅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로 향하며 북러도 외교적 맞대응 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최 외무상이 향후 대응과 관련한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들고 갔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최 외무상이 28일 모스크바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최 외무상을 초청한 주체가 누구인지, 어떠한 목적으로, 언제까지 러시아에 머무는지 등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출장이 급하게 추진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주북 러시아대사관은 올해 6월 북러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위한 '전략적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군 파병 등 현안에 대해 북러 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최 외무상의 방러가 이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 외무상은 북한군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 강화를 위해 꾸려진 우리 정부대표단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방문해 상호 정부를 공유하고 북한과 러시아를 규탄하는 메시지를 낸 날 러시아로 향했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강화되는 날 북러의 고위급 대화가 전개된 것으로, 일각에서는 북러가 '탈압박'을 위한 맞불을 놨다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실전 배치도 되기 전, 실질적 성과를 내기 전부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북러에 외교적·군사적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커져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동안 파병설에 침묵하던 북러가 최근 들어 이를 시인한 뒤 고위급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비밀 파견'을 추진하던 북러가 사실이 공개된 뒤 악화된 국제적 여론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최 외무상의 카운터파트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파병이 "국제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는 논지를 강조하며 "서방의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 오랫동안 주둔한 것에 대한 소급 적용"이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틀에서 북러의 새로운 대응 논리가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최 외무상이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를 요청하러 갔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제기된다. 일종의 파병 대가 '명세서'를 러시아 측에 전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물과 같은 경제적 대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등 첨단 전략무기의 기술 이전 등 군사적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 김 총비서의 방러 일정을 조율하는 등 북러 양국의 정상 간 소통 계획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5일 김 총비서의 방러 가능성에 대해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는 우리의 이웃이며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강한 연대를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가까운 이웃 국가들은 고위급과 최고위급의 방문을 지속해서 교환한다"라고 밝혀 또 한 번의 정상회담 추진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지난 6월 맺은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서 비준됨에 따라 이후 후속 조치 이행과 관련한 문제,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앞두고 북러의 공동 대응 방안도 다뤄질 수도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추후 북러 모두가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해 얻을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들이 이뤄질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