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사건' 터뜨리고 '폭파쇼'까지…다음 수순은?

"우리 정부 대응 지켜볼 것" vs "정부 대응 상관없이 도발 강행"

1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4.10.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최근 북한의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긴장을 계속 고조시킬지, 곧 '관리 모드'로 들어설지에 따라 긴장의 수위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 성명'을 통해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한 이후 연일 대남 비난 담화를 내고 있다. 전날인 15일에는 '남북 교류의 상징'이었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남북 간 긴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무인기에 맞대응하는 수준에 그칠지 더 긴장을 높이는 군사적 행동으로 확장될지는 우리 정부의 대응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전망해야 한다고 봤다.

北, 한국 반응 보며 도발 수위 강화할 듯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4일 북한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인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처음 소집한 것을 두고 "앞으로의 군사적 행동을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곧바로 무력 충돌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 원장은 "우선은 오물보다 좀 더 강화된 형태의 풍선을 보내거나, 용산·여의도 등 주요 지역에 무인기를 보내는 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줄 것"이라며 "이후 한국 반응을 보며 점차 북방한계선(NLL)·비무장지대(DMZ) 등 접경지에서의 군사 행위로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위협에는 늘 '전제조건'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지난 1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나온 '북한 상공에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순간'이라는 언급을 상기하며 "무인기 문제의 재발 여부가 도발 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14일 발표한 담화에 분명한 '대미 메시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총장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면 북한은 존재감 과시를 위해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김 부부장은 14일 담화에서 한국을 '미국이 길들인 잡종개'라고 표현하며 무인기 사건에 대해 "개를 길러낸 주인(미국)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양 총장은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에 대해서도 "그냥 도로에 방벽을 쌓는 등 차단만 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폭파쇼'까지 한 이유는 미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무인기·대북전단 문제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인기'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무인기가 또 평양 상공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면 북한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커진다"라고 우려했다.

양무진 총장도 "남북 간 통신 채널이 단절된 상태에서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같은 요소가 우발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무인기구에 의한 전단살포금지 권고 결의안 채택 △남북 전단 살포 모라토리움 선언 △전단살포규제를 위한 국내법 개정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임을출 교수는 우리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 북한 입장에서는 무인기 사태에 대한 방조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접경지 주민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긴장 상황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봤다.

반면 정부의 조치와 무관하게 북한의 강경 행동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에게 무인기·대북전단은 도발의 '명분'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현재 북한의 대남 정책이 '2018년 하노이 회담' 결렬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이번 도발 역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금강산 시설 철거에 이어 나온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정부의 노력 여부와는 별개로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 및 위협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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