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북한 유조선, '불법 환적' 의심 활동 곳곳에서 지속"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를 받는 북한 유조선들이 최근 중국 앞바다와 러시아 방향 항로에서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하는 등 수상한 항적을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0일 보도했다.

선박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지도에 따르면 '금진강3호'는 현지시간 7일 오후 4시경 타이완 해협에서 잠깐 위치 신호를 드러낸 뒤 사라졌다. 이는 금진강3호가 외부로 위치 신호를 발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켰다 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VOA는 전했다.

타이완 신주시와 중국 푸저우시 중간 해역인 이 지점은 과거 북한 선박 등이 제3국 선박과 유류를 환적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금진강3호의 개명 전 이름은 '완헝11호'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선적 미상의 '완헝11호'를 포함한 12척에 대해 '선적 취소'와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당시 완헝11호와 북한 선적의 례성강1호는 바다 한가운데서 불법 환적을 벌이다가 발각됐다. 이후 완헝11호는 북한 선적을 취득했으며 명칭을 금강산3호로 바꿨다.

금진강3호는 당시 일반적인 선박제재인 '자산동결'보다는 한 단계 낮은 조치가 취해졌는데, 다른 나라 항구 입항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만큼 사실상 북한 항구만을 오갈 수 있다. 하지만 금진강3호가 이번에 발견된 지점은 북한의 가장 큰 항구인 남포항에서 약 1600㎞ 떨어져 있어 장거리 이동은 '수상하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안보리 제재 대상 선박으로 '자산동결' 조치를 받은 '유선호'도 최근 북한 항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유선호는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쯤 한국 제주도에서 남서쪽 약 136㎞ 지점에서 동쪽인 대한해협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다만 이 지점을 끝으로 신호를 끄고 잠적해 현재까지 정확한 위치는 파악되지 않는다.

유선호가 발견된 지점도 북한 선박이 동해 쪽으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항로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북한 선박이 갈 수 있는 곳은 청진 등 북한 동해에 위치한 항구와 나홋카와 보스토치니 등 러시아 항구라고 VOA는 전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유선호 등 북한 유조선 4척이 지난 4월 초순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에서 유류를 실어 북한 남포로 수송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날 북한 남포항 인근 석도 주변에서도 의심스러운 환적 활동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상업위성 '플래닛랩스'를 통해 최근까지 북한 남포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33㎞ 떨어진 석도 인근에서 불법 환적 활동이 의심되는 선박들을 볼 수 있었다고 RFA는 전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바다 위에서 일부 선박들이 각각 두 척씩 붙어 있는데 지난달 28일에는 10여 척의 선박이 각각 나뉘어 붙어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식별됐다는 것이다. 또 이달 3일에도 최소 6쌍의 선박들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이는 해상에서 화물을 주고받는 장면으로 전형적인 불법 무역 방식이다.

석도 뿐만 아니라 남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7㎞ 떨어진 초도 인근에서도 불법 환적 의심 활동이 확인됐다. 이 지역은 북한 선박과 중국 유조선이 만나 원유를 비밀리에 환적하는 곳으로 알려져 주목받아 온 장소이기도 하다.

북한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RFA에 "대북 제재에도 김정은이 사용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이바흐' 고급 차량이 북한에 반입되고 있다는 보도 등을 미뤄볼 때 제재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