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뒤 엇갈릴 美 대북정책…'봉쇄정책' vs '관여정책' [특별기고]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맞붙는 미국의 60번째 대통령 선거가 50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박빙의 승부 속에서 등장할 제47대 미국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패권대항국의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 타이완 통일을 선언한 중국, 이스라엘에 피의 보복을 통첩한 이란, 그리고 대한민국 초토화를 주장한 북한이 미국에 맞선 패권대항국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패권대항국 가운데에서도 특히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두 후보의 정책 처방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 주목이 필요하다.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과 독재자에게 절대 아부하지 않을 것"이며 "민주주의와 독재 간 항구적인 투쟁 속에서 나는 나와 미국이 어디에 속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해리스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것은 우선 동아시아 전역(戰域)에서 양자 중심의 거점형 동맹 구조를 소다자 중심의 격자형 동맹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망의 일부로 대북 억제의 효능성을 높인다는 안보 전략에 기반한다.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제도화 수준을 높인 3국 합의가 대북 억제 격자형 동맹의 실례에 해당한다. 2024년 민주당 정강에서도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구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의 동맹들"과 함께 한다는 표현으로 대북 억제 안보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트럼프 후보는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고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과거 제1기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하게 암시한 것이다.
그것은 우선 북한이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을 더 이상 확대하지 못하도록 강제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대 압박과 관여' 전략을 복원한다는 함의를 갖는다. 실제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자신이 "전 세계가 가장 공경하면서 두려워하는 인물"이며 "중국이 그랬고, 북한, 러시아도 나를 두려워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신의 경외(敬畏)를 외교 자산으로 삼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다시 한번 정상회담에 나서는 개인 외교를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겠다는 소신이 뚜렷하다. 트럼프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내가 그들과 잘 지냄으로써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았지만 지금 북한은 다시 행동하고 있다"라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연유이다.
해리스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군사적 억제력에 기반을 둔 봉쇄정책의 색채가 짙지만 제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외교적 교섭력에 기반을 둔 관여 정책의 색채가 짙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가 북미 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북한의 위협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면 후자는 북미 관계의 경색을 타개할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의 정상회담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단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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