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전에 北도 움직여…'브로맨스' 인정하며 조건 제시
트럼프 '북미 대화' 재추진 의사 나오자 "정상 간 개인적 친분" 언급
군사적 위협 중단 등 '전향적 변화' 조건 제시로 일단 거리두기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미국 대선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23일 첫 반응을 내놨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간의 '친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중략) 개의치 않는다"라며 대화에 선을 긋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 대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나는 재임 시절 김정은과 아주 잘 지냈다"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언급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소위 '브로맨스'로 표현되는 김 총비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케미'(궁합)를 북한도 인정했다는 점이다.
통신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정상)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또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도 말했는데, 북한도 김정은-트럼프가 서로 호감을 가졌고 이것이 북미관계에 영향을 줬던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이날 논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 미수 사건으로 지지율이 올라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미 대선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미관계, 최고지도자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논평이 김 총비서의 승인 없이 나오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점에서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철저히 적대적이었던 북한이 미 대선 관련 언급을 하면서 '야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돈독한 관계를 표현한 것은 미국의 행정부가 바뀔 경우 북한이 움직일 여지를 살펴보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은 과거 비핵화 협상이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라고 평가하거나 "트럼프가 조미(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지만 우리는 미국의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개의치 않는다"라며 북미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선을 긋기도 했다. 이는 북미관계 개선 자체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당장은 '북한이 먼저 손을 내미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내용을 부시 행정부가 뒤엎는 등 미국이라는 국가가 기본적으로 "신의가 없다"거나 "80년 동안 미국은 줄곧 가장 악랄하고 집요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구해 왔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조건을 제시하는 듯한 언급도 눈에 띄었다.
통신은 "불순한 기도가 깔려 있는 대화, 대결의 연장으로서는 대화는 애당초 할 필요가 없다"라면서도 "미국이 지금처럼 핵전략자산을 때 없이 들이밀고 첨단 무장장비들을 증강하며 핵작전 운용까지 예견한 빈번한 침략전쟁 시연회들을 광란적으로 벌리면서 그 무슨 대화요, 협상을 말해봐야 우리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조미 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고 앞으로 옳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조미 대결의 초침이 멈출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라고 주장해 미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논평에는 북한이 8월 한미연합훈련 때 고강도 도발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시돼 있다는 평가다. 통신은 미 해병대의 F/A-18 '슈퍼호넷'이 8월 연합훈련을 위해 한반도에 전개된 것을 비난하며 "이는 미국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전면적인 대결 구도 확충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해 '맞대응'을 예고했다.
북한의 이날 논평은 일단 미국 대선에 대해 나름의 관심을 표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위 당국자의 담화가 아닌 언론의 논평이라는 '낮은 형식'을 활용한 것은 빠르게 풀어가기 어려운 북미관계 현황을 반영해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구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북한은 일단 북러관계에 밀착하는 현재의 외교 기조를 고수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압박에 고강도 대응을 지속하면서 미국 대선 과정을 예의 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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