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두 면이 바다" 달라진 北의 영토 인식…헌법 개정 끝났나

기존 '세 면 바다인 해양국'→'두 면 바다'로…달라진 영토 인식
개헌 지시 후 6개월 만 나온 영토 발언…새 헌법 공개 수순 전망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사업을 지도하는 김정은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강원도의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아 "우리나라는 동서 두 면이 바다와 접해 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끈다. 기존엔 '세 면이 바다와 접해 있다'라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었는데 바뀐 것이다.

김 총비서는 올해 초 남북을 '두 국가관계'로 선언하면서 이를 반영한 영토 조항을 헌법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는데 개헌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지난 18일 보도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관광업 확대발전을 지시하면서 "우리나라는 동서 두 면이 바다와 접해 있고 동해 명승지들이 많아 관광업 분야에서 해안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이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존 북한 헌법에는 영토 조항이 없지만, 북한은 그간 외무성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조선은 동, 서, 남 세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이라며 "동쪽에는 조선 동해, 서쪽에는 조선 서해, 남쪽에는 조선 남해가 있다"라고 규정해 왔다.

김 총비서도 지난해 9월 잠수함 진수식 축하연설에서 "해군 무력의 급속한 발전성과는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국가의 최우선 중대사"라고 하는 등 남북이 '동족 관계'라는 전제하에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해 왔는데 이에 변동이 생긴 것이다.

이번 발언은 또 김 총비서의 개헌 지시 이후 처음으로 나온 영토 관련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고,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다른 나라들은 자기 나라의 영토, 영해, 영공지역에 대한 정치적 및 지리적인 정의를 헌법에 명백히 규제해 놓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헌법에는 상기 내용들을 반영한 조항이 없다"면서 이를 반영한 개헌을 지시했다.

북한은 이후 한반도 지도를 수정하고 '통일' 관련 문구를 삭제하는 등 각종 조치를 취해왔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개헌 진행 관련 보도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김 총비서의 이번 발언은 관련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자연스럽게 개헌 내용을 대내외에 흘리면서 새 헌법 발표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도 북한이 당초 지난 3월 개최 예정이던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아직 개최되고 있지 않은 것을 근거로 북한이 개헌을 위해 14기 대의원의 임기를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새 헌법에는 김 총비서가 지시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이 삭제될 뿐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육상·영공에서의 '남쪽 국경선' 규정이 새로 담길 것으로 예상돼 표현 수위에 따라 이미 최악 국면인 남북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