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韓망명 리일규, 1호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드디어 커밍아웃"
탈북 외교관 동료 시절 소개…"마지막 업무는 '한-쿠바 수교 저지'"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영국 주재 북한 공사로 지난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한국으로 망명한 리일규 주쿠바 북한대사관 참사(참사관)에 대해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였다"라고 밝혔다.
태 전 의원은 16일 "나의 동료였던 리일규 참사가 한국 사회에 드디어 커밍아웃(coming out) 했다"면서 리 참사와 자신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를 '일규 참사'라고 부르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태 전 의원은 "그는 북한 외무성에서 김정일, 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였다"면서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중남미 지역 문제와 관련한 많은 문건을 그가 직접 작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국에서 '일 잘했다'는 평가로 태 전 의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김일성 존함 시계'를 선물 받고, 리 참사는 파나마에 억류되었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의 억류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김정은 표창장'을 받은 일화도 공개했다.
리 참사가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마지막으로 수행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한국과 쿠바 사이의 수교 저지 활동'이었다고 한다. 태 전 의원은 "평양의 지시를 집행해 보려고 애를 써보았으나 쿠바의 마음은 이미 한국에 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는 리 참사의 말도 전했다.
한국과 쿠바가 수교 사실을 발표한 것은 올해 2월이다. 리 참사가 탈북을 결심한 지난해 11월에 이미 수교가 기정사실화 돼 북한이 이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태 전 의원은 리 참사와 평양외국어학원 동문이며 함께 외무성에 있을 때는 '탁구 라이벌'이었다는 개인적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국가기념일마다 국별 대항 경기를 하는데 나는 유럽국 대표로 경기에 나갔고, 일규 참사는 중남지역 담당국 대표 주자였다"며 "나는 그를 이겨 보려고 무척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규 참사로부터 내가 2016년 탈북했을 때 북한 외무성이 어떻게 뒤집혔고 나의 일가가 어떻게 평양에서 추방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면서 "나도 북한에 있었더라면 그들과 꼭 같은 운명에 처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 전 의원은 "앞으로도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북한 외교관 출신들 모두 힘을 합쳐 통일운동을 열심히 해 자기 자식들을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 보려는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꿈을 꼭 실현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 참사에게 "대한민국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함께 통일을 꼭 이루어 평양에 다시 가보자"라는 환영의 뜻도 재차 전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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