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가가 제일' 외치지만…엘리트 이탈 문제 해결 못한 북한

김정은 집권 이후 확인된 4번째 외교관 탈북…지난해만 엘리트층 10명 안팎
코로나19 후 국경 개방에 속도 붙으며 오히려 엘리트는 동요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2024.7.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한국으로 망명한 것이 16일 확인됐다. 북한이 갖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엘리트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지난해 11월 초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망명했다. 이날 국가정보원도 "주쿠바 북한대사관 소속 정무참사 망명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리 참사의 탈북은 2016년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2019년 조성길 주이탈리아대사관 대사대리, 류현우 주쿠웨이트대사관 대사대리 등에 이어 김정은 총비서 집권 후 공식 확인된 4번째 탈북 외교관 사례다.

공식 확인된 사례 외에도 비공개 탈북 사례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고위급 인사, 엘리트의 탈북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국한 엘리트 탈북민 수가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1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체 탈북민의 수는 2017년의 6분의 1 수준(196명)으로 줄었지만 엘리트층의 이탈은 많아진 것이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8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닫았던 국경 재개방에 속도를 내면서 그간 북한 밖에서 당국의 간섭을 덜 받고 살았던 엘리트의 동요가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봉쇄로 본국에 들어가지 않아도 됐던 해외의 외교관과 주재원·유학생들이 본격적으로 귀국할 일이 생기면서 봉쇄 기간 내부적으로 단속 분위기가 강화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리 참사가 탈북을 진지하게 고민한 시기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리 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7월 중순부터 탈북을 심각하게 고민해 11월 초 실행했다"라고 털어놨다.

또 리 참사는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한국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 암담한 미래에 대한 비관, 이런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탈북을 고민하게 된 출발점이었다"라고 말해 현재 상당수 엘리트들이 북한 당국을 바라보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외교관들의 경우 대북제재로 각국 공관에서 '자금 조달' 및 '제재 회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할 일은 늘어났으나 통제는 강화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전언도 있다. 아울러 '자유세계'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자녀가 성장하면서 가족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탈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현상은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의 해제 이후 국방력 강화와 경제 발전에 역량을 쏟으면서 '우리국가제일주의', '강국 건설'을 외치는 상황과는 배치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고위 간부의 탈북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 당국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리 참사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딸 주애가 '후계자'가 아니라 '여성 중시' 기조에 따라 등장한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이나, 과거 미국 담당 외교관들인 한성렬, 리용호의 숙청 및 처형 사실을 언급한 것이 그 사례다.

정부는 이같은 방식으로 얻은 정보를 유사시 대북 대응 방안 마련에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