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상된 북러 관계, 동북아 정세 변화 초래 가능성…美중심 체제에 도전"

"과소평가된 북·러관계…무기·기술 이전에서 시작해 협력 확대"
지원 방안 관련 구체성 결여…"러시아, 최첨단 기술 제공하지 않을 수도"

1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회담 후 서명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서명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6.1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시아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르톰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교수는 "(북·러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로) 동북아시아의 전체 전략적 상황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루킨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북한은 러시아의 동유럽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유사하게 된다"며 "이는 동북아에서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이 될 것이며 한국과 일본에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 린나 북한-러시아 관계 전문가도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균형있게 유지해 왔다"며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면서 등거리 외교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제 말이 아니라 실제로 북한 주변의 제재 체재를 크게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 2만 8000명에 달하는 주한 미군을 지목,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할 경우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 계획을 훨씬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상시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확대 정상회담과 일대일 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특히 이번 협정에는 협정 당사국 중 한 쪽이 공격을 받을 경우 상호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 군사적 지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 1961년 북한과 소련이 맺었다가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시 양국은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다른 한쪽은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이날 서명한 협정에 따라 북한과의 군사 기술 협력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 간 군사협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관계가 밀착됐다. 북한이 포탄과 탄약 등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는 첨단 기술을 이전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에도 러시아의 기술이 적용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니클라스 으완스트롬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 소장은 "북러 관계는 무기와 기술 이전에 초점을 맞춘 관계에서 시작해 매우 거래적이었지만 이젠 결제 시스템과 연구 협력, 등 다양한 유형의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가 (북러 간 협력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회담에서 양국 간 상호 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양국 간 협력 수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협정 서명 뒤 브리핑에서 상호 지원이 즉각적인 전면적 군사 개입을 뜻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회담 발언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북한 관계가 놀라울 정도로 진화했다면서도 "이것이 일시적 편의의 관계인지 아니면 냉전시대 때와 유사한 지속적인 군사적 동맹체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도 "협정 문서의 내용이 발표되기 전까지 이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쪽에 대한 침략시 상호 지원' 조항과 관련해 "아마도 두 지도자는 그것이 불길하면서도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길 선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러시아가 북한의 관계가 격상되긴 했지만 러시아가 최첨단 기술까지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 교수는 "푸틴의 24년 만의 북한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파르도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지식과 전문성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되나 최첨단 기술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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