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중일 공동선언 직후 반발…"비핵화 운운, 엄중한 정치적 도발"(종합)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헌법 부정하는 주권 침해"…'핵보유국' 주장
공동선언문 발표 2시간 만에 반응…韓 겨냥 비난·中에 불만 표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은 27일 한중일 정상회의의 결과물로 발표된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긴 것에 반발했다. 이를 자신들의 헌법을 침해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배격한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의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발표한 담화에서 "이른바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유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운운하는 공동선언이 발표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외무성은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회의 마당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 감행됐다"라며 "이를 우리 국가의 자주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난폭한 내정간섭으로 낙인하며 강력히 규탄배격한다"라고 반발했다.

외무성은 또 "오늘날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논하는 것은 공화국 헌법을 전면 부정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헌법'을 거듭 언급했는데 이는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 지위와 핵무력 고도화 정책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의 이날 담화 발표는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가 추진하는 '북중러 밀착'에 거리를 두면서 한국, 일본과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논의를 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외무성은 담화에서 중국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우리 측을 겨냥한 비난에 집중했다. 중국에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갈등'은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이 한일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이번 회의에 임했음을 대변해 주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외무성은 "지역 외 패권세력과의 침략적인 군사동맹 강화에 기승을 부리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에 엄중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으로 몰아오는 한국이 그 무슨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에 대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지역나라들과 국제사회에 대한 우롱이며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도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와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는데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 강조한 문구로 알려졌다.

외무성은 이날 자신들의 핵개발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기도 했다. 대변인은 미국의 핵위협이 북한의 핵보유를 촉발했다면서 "미한(한미) 미한의 적대행위와 군사적공갈이 우리 핵무력강화의 부단한 전진과정을 추동한 결정적 요인으로 돼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역사"라면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나 각종 군사훈련이 감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엄중한 안보환경 속에서 비핵화라는 말은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핵위기를 불러오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비핵화는 힘의 공백을 의미하며 전쟁의 재촉을 의미한다"면서 "누구든지 우리에게 비핵화를 설교하면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거나 침탈하려 든다면 그것은 곧 헌법포기, 제도포기를 강요하는 가장 엄중한 주권침해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미 사멸됐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우리의 절대적인 주권적 권리를 부정하려 드는 적대 세력들의 온갖 기도로부터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주권, 자기의 헌법을 철저히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외무성의 담화는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지 두 시간여 지난 후 공개됐는데, 이는 북한이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