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형제국' 쿠바 멀리하는 北…南과 공식 수교 '불만' 표시

몽골·파키스탄 등 우방국 챙기지만…보도에선 쿠바만 빼
외교 '다변화' 시도…유엔과도 접촉면 늘려 주목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에서 바라본 북한 마을.2024.2.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형제국'으로 여기던 쿠바에 대한 소식을 약 한 달째 전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 다지기는 물론 서방과의 관계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북한이 쿠바에 대해 함구하는 것은 한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공식 수교를 맺은 것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가장 최근 '꾸바'(쿠바)를 언급한 것은 지난달 15일이다. 12일 기준으로 그 이후 현재까지 신문에서 쿠바가 등장한 기사는 없다.

신문은 지난달 15일 당시 6면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것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자신들과 우호국인 쿠바가 미국과 밀접한 이스라엘을 비난한 입장을 전하면서 '편들기'를 하는 보도였다.

이는 지난달 14일 밤 한국과 쿠바 수교 사실이 전격적으로 발표된 다음 날 보도된 것으로, 한국과 쿠바 수교의 영향을 받은 보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인 시간상 북한이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티'가 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국과 쿠바 수교가 이뤄지기 직전 전까지도 쿠바와 관련된 소식을 종종 보도했다. 주북 쿠바대사관의 소식은 물론 쿠바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동정, 쿠바가 국제사회에서 주장하는 의견 등을 신문에 담았다.

예를 들어 쿠바가 예전부터 반미 자주 기치를 들고 있었다는 언급(2월 14일)이나 마누엘 마레로 크루즈 쿠바 총리가 국제회의에 참석했다는 소식(2월 13일), 쿠바 대사관 무관단이 김정은에게 꽃바구니를 보냈다는 기사(2월 6일), 북한 주재 쿠바 대사가 새로 부임했다는 소식(2월 1일) 등이 신문에 보도됐다.

특히 북한은 최근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있어 쿠바가 누락된 언론 보도는 더욱 이례적인 상황으로 여겨진다. 한-쿠바 수교 이후 북한이 의도적으로 쿠바와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몽골을 방문한 외무성 대표단이 몽골 대통령을 만나 교류와 협조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외무성 대표단 단장인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오흐나 후렐스흐 몽골 대통령을 의례방문한 소식도 언급했다.

또 외무성은 전날 홈페이지에 김정은 총비서가 새로 선거된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도 전했다. 김 총비서는 축전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관계가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맞게 확대 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북한은 자신들의 외교적 활동 범위를 우방국에서 벗어나 다국가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독일 외무부 대표단은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으며,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내정자도 이달 방북했다. 또 이달 초 평양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이 임명되면서 그의 입국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국경을 개방함과 동시에 고립된 외교적 입지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때문에 한-쿠바 수교를 이유로 쿠바와 관계를 단절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거나 물밑 대화를 통해서만 외교적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