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폐지 선언한 '남북 경제협력법' 내용은…'전 민족의 이익' 핵심 가치
지난해 말 '남북은 두 국가 관계'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
내부적으로 남북관계 '완전 단절' 메시지 부각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남북 간 대남기구 및 경제협력 관련 법안과 합의서 등을 폐지하면서 남북 경제협력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지우고 남북을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는 기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30차 전원회의에서 북남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그 시행 규정들, '북남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들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남북 교류를 담당하는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한 데 이어 남북 교류를 '지우는' 법안 개정에도 나선 것이다.
우리의 '남북교류협력법'에 호응하는 법인 북남경제협력법은 지난 2005년 5월 채택된 법안으로 남북 간 건설, 관광, 통신, 기술 및 물자교류 등에서의 협력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북남교류협력법은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 발전'을 사명으로 내세우면서 '민족의 이익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보장'을 원칙으로 삼았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선 헌법에 우리나라를 '제1의 적대국'으로 명시하고 '평화통일' 문구를 삭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경제협력법에 담긴 법의 취지에 '민족'이 부각된 것을 보면, 북한이 이 법을 폐지한 이유에도 이같은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센터장은 "가장 적대적인 주적, 교전국 관계로 대남관계를 설정해 놓은 상황에서 모순되는 모든 법률적인 잔재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남북관계 단절을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헌법 개정 전 남북관계 관련 법률을 다 폐기하는 사전 정리 작업"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말로만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차원에서도 완전히 단절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려는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북남교류협력법과 함께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도 폐지되면서 북한의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의 사유화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2019년 김 총비서의 금강산 자체 개발 지시에 따라 해금강 호텔, 금강산골프장, 문화회관, 온정각, 구룡필리지, 금강펜션타운, 고성항 횟집 등 금강산 내 우리나라 자산을 철거하고 사유화하고 있다.
홍 위원은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의 회수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한 다음 법을 폐기해야 하는데 근거가 되는 법부터 폐기하겠다는 것은 자산을 철거하거나 몰수를 해버리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본격화된 남북 경제협력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건 등으로 여러 굴곡을 겪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에 법률과 합의서를 폐지함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의 기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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