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중단하고 '말 폭탄' …북한 '국제정세 악화' 고려했나

9월13일 이후 두 달째 도발 없어…한미 국방장관 회담에도 비난만
러시아·하마스 연계에 국제여론 악화…행동보다 말로 '반미연대' 강화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지난 9월 중순 이후 무력도발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를 두고 하마스 연계설 등 북한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여론이 악화된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 첫 날인 1월1일부터 9월13일까지 총 26차례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지난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시험발사, 8월24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비중 있는 무력도발을 했다. 마지막 도발이었던 9월13일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10월에도 군사정찰위성의 3차 발사를 예고했지만 이를 단행하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 중단은 북한이 한동안 꾸준이 선보였던 '패턴'과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한미의 연합훈련이나 대북 억제 관련 군사 행동이 있을 때 반발성 도발을 했는데, 지난달에는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52H '스트래포트리스'의 국내 첫 착륙이 있었지만 북한은 '말'로만 대응할 뿐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번달에도 한미 국방장관 회담(13일) , 한국-유엔사 국방장관회담(14일) 등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일정이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은 무력도발 대신 국제문제평론가의 기고문, 외무성 공보문 등 '말'로만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나빠진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해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고, 최근에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에 나서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중동사태와 관련해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와도 연계설도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포괄적 지원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고위관계자가 북한이 자신들과 함께 미국을 공격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북한의 호전적 이미지가 한층 짙어진 상황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호전적 모습을 부각하는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필요 이상'의 우려를 사 강경한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북한은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로 장기간 이어졌던 국경 봉쇄를 풀고 관광지 홍보에 나서는 등 내년 본격적인 개방 확대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도 지속적으로 부각하고 있는데, 무력도발로 인해 이러한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산 북한은 각종 담화, 입장의 발표나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 보도를 통한 선전전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국제 소식을 전하는 6면을 통해 연일 이스라엘과 미국을 직간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무기를 앞세운 강경 행동보다는 반미 노선에 서 있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며 외교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는 것이다.

북한은 전날에는 외무성 공보문을 통해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주장한 데 이어, 이날도 조철수 외무성 국장의 '문답'을 통해 주요 7개국(G7)의 해체를 주장하며 국제질서에 '새 판' 조성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해 11월18일 ICBM '화성-17형'의 '최종 시험발사' 성공을 기념해 11월18일을 '미사일공업절'이라는 기념일로 지정했는데, 이는 비핵화 협상의 중단 이후 재개한 새 ICBM의 개발 프로젝트가 일단락됐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는 북한이 잦은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가능한 요인이다.

다만 북한은 오는 18일 제정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기념일인 '미사일공업절'을 계기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단행하며 무력도발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가 아니더라도 북한은 연내 군사정찰위성의 발사를 단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찰위성의 발사는 북한의 '상시 무력도발'의 재개와는 결이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북한이 정찰위성의 발사를 '우주개발'이라는 경제적 사업과 연계를 짓고 있고, 또 올해 남은 기간 경제 성과를 최대치로 도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연말까지 정찰위성 발사 외에 고강도 도발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