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사용한 北 미사일서 미국산 부품 발견…"위조품" 주장

북한 단거리미사일에서 미국 등 서방 기업 부품 발견
기업들 "북한에 납품한 적 없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포격을 받아 폐허로 변한 건물이 보인다. 2024.09.02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한 북한산 미사일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 기업들의 부품이 사용된 정황이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북한에 납품한 사실이 없다며 '위조품'이라고 주장했다.

1일 VO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비정부 기구 독립반부패위원회(NAKO)는 지난 9월 7일 우크라이나 폴타바주 미르네와 빌리키 지역 근처에서 격추된 채 발견된 북한 무기에서 서방 기업의 부품들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위원회는 "북한산 KN-23 혹은 KN-24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에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등지의 최소 9개 업체에서 제조된 초소형 전자 부품들이 들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무기다.

해당 부품의 제조사로 지목된 기업들은 모두 북한에 부품을 납품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 브로드컴은 "북한을 비롯한 기타 제재대상 기관에 자사 제품을 직접 판매한 적이 없다"며 "위원회가 우리 회사의 것이라고 지목한 A3120 제품은 위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용부품이며 군사용으로 설계되지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반도체 기업 S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역시 "당사는 모든 국제 무역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모든 협력업체들에게도 관련 지침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부터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파트너국들이 러시아·벨라루스를 상대로 시행한 여러 제재와 수출통제를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다국적기업 XP 파워도 "북한과 어떠한 사업도 진행한 적 없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사진을 검토한 결과 제품의 라벨이 자사 것과 다르고, 위원회가 제시한 사진은 이미 지난 2월에 보도된 것이기 때문에 9월에 격추된 미사일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즉시 러시아로 가는 모든 선적을 중단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위조품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데이미언 스플리터스 영국 분쟁군비연구소 국장은 "반도체 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값싼 재료로 만든 가짜 부품에 유명 기업의 상표를 사용하는 일은 꽤나 흔하다"며 기업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기업들과 해당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북한 납품 의혹에 연루된 자국 기업들과 소통(engage)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수출통제·제재·차단·외교적 관여·법 집행조치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한이 불법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제품과 기술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