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정책, '중국풍'에서 '러시아풍'으로 바뀌나

'중국 핵논리' 답습하던 北, 우크라 전쟁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
6월 북러 신조약·러시아 파병으로 확실한 노선 변경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최근 북한이 핵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린 가운데 북한의 핵전략이 중국의 방식에서 러시아의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이 1일 공개한 '중국의 핵전력 강화와 한국 안보에의 영향' 보고서는 과거 북한의 핵전력에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중국이었으나, 최근 2년 사이 러시아와의 핵협력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그 도발 수위가 높아진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과거 핵개발 과정에서는 중국의 핵개발 논리가 차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핵개발 초기에 "전 세계에 핵무기가 없어질 때까지 핵을 보유할 것이며 절대 선제적인 사용은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는데, 북한도 "핵무력은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복무한다"라고 밝힌 것이 그 사례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 역시 중국과 연동돼 왔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북한은 최대 우방국인 중국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의 핵탄두 보유량을 중국의 절반 이하로 제한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북한은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점으로 공세적인 핵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당시 김정은 당 총비서는 "앞으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 정책을 펴겠다"라고 선언하며 전술핵능력의 확장을 국방 분야 '8대 과업' 중 하나로 제시하고 핵무기 실전화를 지시했다.

북한의 이러한 '핵 자신감'의 기저에는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 내용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올인 전략'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지난 6월 양국이 신조약(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북한이 대규모 전투부대를 러시아에 파병하면서 전면화됐다.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지상·해상·공중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로 구성된 3대 핵전력을 포함한 대규모 핵공격을 연습한 데 이어, 31일엔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도 북러 간 '핵 동맹'이 추진되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김 총비서는 ICBM 발사 현장에서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 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해 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 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며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라고 밝혀 현재의 '지역 정세'에 대한 북한의 판단이 중국보다는 러시아와 궤를 같이함을 시사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북러 간 핵 동맹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한미동맹을 '위험한 핵 동맹 강화 책동'이라고 규정하며 북러 핵 동맹 구도를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구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명분을 구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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