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은 제1적대국" 재확인…'국가사업 동원' 軍 사기진작

'한민족' 개념 부정하며 '핵무장' 합법성 획득
'지방공장 건설'에 軍 동원…자원 한계 인력으로 메우려는 의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건군절(인민군 창건) 76돌인 지난 8일 딸 '주애'와 국방성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항상 임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라며 "적들이 무력을 사용하려든다면 수중의 모든 초강력을 동원해 적들을 끝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한국은 제1 적대국가'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8일 '건군절'(인민군 창건) 76돌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한국괴뢰족속들을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들이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하는 것은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다. '한민족'이란 특수성을 부정하고,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남북관계를 설정한 것이다. 그동안 남북은 민족적 고유성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국가'로 규정하지 않고 '체제'로 대해왔다.

김 총비서는 이날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때문에 대화나 협력따위에 힘써야 했던 비현질적인 질곡을 털어버렸다"라며 적대국 규정에 따라 '언제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총비서가 지난 전원회의에서 '통일 포기'를 선언한 것을 두고 한국을 대상으로 한 '핵무기 실전배치'와 '자주적 통일 추진' 사이의 모순을 타개하기 위한 해석이 나왔는데, 이와 같은 의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두 국가관계' 선언 이후 남북 교류 담당 기구, 대남기구 정리에 나서고 관련 법규와 합의도 폐기하고 있는 가운데 김 총비서는 이날 "평화는 구걸하거나 협상으로 맞바꿀 수 없다"라며 대화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를 폐지하고, 1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을 없앴다. 이달 7일엔 북남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북남경제협력관련합의서를 폐기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각종 국가 사업에 동원되고 있는 인민군의 노고를 치하하며 사기를 진작했다. 장기적인 경제난과 대북제재로 자원과 재원이 부족한 가운데 국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인력(군)으로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군대가 애국적 열정으로 찍어간 참되고 아름다운 자욱을 따라 조국의 모습이 변모되고 인민의 삶의 보금자리들이 마련됐다"라며 수도와 검덕지구 등 전국적인 살림집건설, 관개건설, 국경차단물 공사, 알곡증산 투쟁, 재해복구 사업을 그 예로 들었다.

아울러 "군대는 당의 부름의 따라 지방공업을 일신시키는 10년 혁명이라는 전례 없이 성스럽고 거창한 투쟁을 개시했다"라며 '지방발전 20x10 정책' 추진에 인민군을 적극 투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지방주민들의 물질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10년간 매년 20개씩 지방에 현대적인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2021년부터 전국적으로 농촌살림집 건설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공장 건설까지 추진할 경우 재원 및 자원 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도 두 사업을 병행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력을 투입해 한계를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농촌살림집 건설이 전국적 판도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방공업의 새로운 발전 국면을 여는 또 하나의 거창한 전선을 형성하고 이 두 혁명단계를 병행해 수행한다는 것이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다"라며 당 일꾼들의 '투지와 노력'을 다그쳤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