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한반도 상공에 뜬 정찰위성…北, 자축에도 '대적 기조'
연회장 곳곳에 위성·발사체 상징물 배치…'붉게' 통일된 한반도 그림에 눈길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티셔츠 맞춰 입어…리설주·주애도 착용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붉게 채색된 한반도 상공을 돌고 있는 군사정찰위성을 담은 그림을 공개하며 남한을 향한 적개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자 보도에서 평양 목란관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연회가 23일 저녁에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회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부인 리설주, 딸 주애, 김여정 당 부부장 등 백두혈통이 참석한 가운데 정찰위성 개발과 발사에 기여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의 일꾼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이 주빈으로 참여했다.
연회가 열린 목란관은 북한을 방문한 국빈급 인사를 위한 국빈전용 연화장 중 한곳으로 인민문화궁전과 함께 북한 최고급 국빈 연회장으로 꼽힌다. 그만큼 이번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기여한 인사들을 크게 치하한다는 의미다.
신문은 연회 사진을 총 8장 공개했다. 김 총비서 등 백두혈통이 앉은 테이블 뒤에는 '정찰위성의 성공적 발사를 열렬히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밑으로 커다란 인공기와 한반도를 촬영한 야간위성사진, 4개의 날개(태양광 전지판)를 편 인공위성이 묘사된 큰 그림이 걸려있다.
한반도 야간위성사진 그림에서 북한과 함께 남한까지 한반도 전역을 모두 '공산주의 혁명'을 의미하는 붉은 색으로 입혔다. 제주도는 물론 울릉도, 독도도 붉은 색으로 묘사됐다. 정찰위성의 영향력이 한반도 전역에 미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큰 그림 양쪽에는 각각 눈과 말을 상징화한 그림도 보이는데 이는 각각 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와 발사체인 천리마 1호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을 '주먹'으로, 정찰위성은 '눈'으로 표현하고 있다.
연회장 곳곳에는 자축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한 꽃다발 그림과 '축하' 글귀가 새겨진 현수막, '정찰위성 만리경 1호 만세!'가 새겨진 전광판과 함께 천리마 1호 발사 사진, 천리마 1호 및 화성-18형 모형이 설치돼 있다. 흥을 돋우기 위한 악단과 합창단도 포착됐다.
김 총비서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옷을 맞춰 입지 않고 검은 색 인민복을 차려 입었다. 지난 21일 발사때 찍힌 그대로 군데군데 머리가 희끗한 모습이었다.
연회 참가자들은 파란 소매의 흰색 티셔츠, 흰색 긴바지, 흰색 신발까지 맞춰 착용했다. 티셔츠 앞면에는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의 영어 약자 DPRK NATA(National Aerospace Technology Administration)와 상징이 프린트돼 있다.
김덕훈 내각총리와 같은 고위 관료는 물론 리설주와 주애, 김 부부장 등 김 총비서를 제외한 백두혈통도 같은 티셔츠를 입었다. 다만 주애, 리설주, 김 부부장, 김 내각총리는 흰 바지가 아닌 검은 바지를 착용해 차별을 뒀다.
이같은 연회의 '정치'들은 북한이 이번 정찰위성의 '성공'을 내부 결속 에너지로 치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울러 한반도 전역에 대한 '정보 능력' 증강을 과시해 국방력의 우위를 선전하려는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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