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고서 대응해 유엔 불참"…北전략 담긴 외교전문 공개

리일규 전 참사 발표…"김정은이 뒤에서 100% 조종"

북한 뫼무성-재외공관 간 외교전문 (통일부 제공)

(서울=뉴스1) 유민주 임여익 기자 = 북한이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52차 회의에서 발표된 '북한 인권 특별보고서'에 대응하기 위해 토의 불참을 지시하는 등 구체적 지시 내용이 담긴 외교 문건 12건이 공개됐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 인권 공동 토론회'에서 지난 2016~23년 북한 외교관 시절 평양 외무성과 주고 받은 북한 인권 관련 대응 지침과 보고 사항 전문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북한 인권 특별보고서'의 작성자에 대해 "인정, 상종도 하지 않는 일관된 강경 입장"을 취할 것을 주문하며 "대신 우리 지지 대변하는 나라 최대한 늘여 적측(한국측) 대변세력 압도하자는 전술적 의도에 맞게 책임적으로 활동"하라고 지시했다.

또 지난해 9월 외무성에서 발송한 전보 내용에는 "78차 유엔총회에서 10월 23일 '조선인권 상황 특별보고서' 토의, 11월 중순 반공화국 '인권결의' 강압채택 시 주재국(겸임나라) 우리(북한) 지지 발언에 내세우기 위한 활동에 박차, 결과 건당 보고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지난 2020년 2월에는 인권이사회 43차 회의에서 지지 세력을 확보하는 활동을 진행할 때 사용할 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문건에 따르면 "인권구실로 우리 제도 전복 위한 불순한 정치적 목적 추구, 진정한 인권보호증진과 무관, 인권의 정치화, 선택성, 이중기준전형, 이는 어떤 경우에도 인권 문제 정치화하지 말데 대한 유엔인권이사회 관련 결의들과 역대 블록국가수뇌자(정상)회의의 최종 문건들에도 배치"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편적인권상황정기심의(UPR) 있음에도 우리 등 특정나라 골라 문제 제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문제시 되는 나라들 이외없이 발전도상나라들뿐인 사실 간과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반발을 주문했다.

2017년 1월 '포치'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탈북민들 증언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이들을 "사회정치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여론 작전을 강하게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2018년 남북 대화가 진행될 때는 '북한인권결의'가 당시 긍정적으로 발전하던 한반도 정세에 배치된다는 논리를 펼 것을 지시하면서 "인권문제에 있어서 대화와 협력이 방법이라는 발언을 유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 12일 리 전 참사관의 요청에 따라 해상 문서의 전문을 배포하지 않고 일부 내용을 발표했다. 리 전 참사는 이날 전문 공개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가 북한이 자행한 끔찍한 인권 만행의 배경이 실제로 김정은에게 있다는 걸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정은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못 들은 것이 아니고 이를 알면서도 뒤에서 조종하고 있던 것"이라고 밝혔다.

리 전 참사는 또 "김정은은 북한 외무성이 인권 문제 관련 국제무대서 어떤 전략을 가져야될지, 어떤 수위로 대응해야 될지에 관한 모든 걸 100% 빠짐없이 검토하고 비준하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김정은은 결코 국제사회의 대북인권공세에 무관심하지 않고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