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전집'에서 남북 정상회담 삭제했나…뒤바뀐 발간 순서

지난 여름 61권 발간 후 10월에서야 60권 발간 사실 공개
"2000년 1~6월 시기 내용 대폭 변경됐을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김일성-김정일주의 총서인 '김정일전집' 제 60권을 출판했다고 보도했다. 전집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1월부터 6월까지 발표한 담화와 연설을 비롯한 54건의 노작이 수록됐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선대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삶을 기록한 전집에서조차 남북관계 관련 내용을 수정·삭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남북 간 첫 정상회담 내용이 통째로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김정일전집' 60권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전집에는 위대한 장군(김정일)께서 2000년 1월부터 6월까지의 기간에 발표하신 역사적인 담화와 연설을 비롯한 54건의 노작들이 수록되어 있다"라고 보도했다.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도 기록 대상이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7월 5일 김정일전집 61권을 발간했다고 밝힌 바 있다. 60권이 61권보다 늦게 발간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통일부는 "최근 북한이 집중하는 통일이나 민족 지우기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오늘 노동신문의 발간 보도에는 남북 정상회담 등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책자를 입수해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도 남북관계 현안이 많았다"라며 "앞으로도 (전집이) 나올 때 통일·민족 지우기 차원에서 상당 부분 편집돼서 나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올해 새 국정기조를 정하며 남북을 '특수관계, 민족'이 아닌 '서로 다른 두 국가'로 새로 규정했다. 이후 남북관계 관련 기록이나 상징물을 폐기·철수하는 등 남북 간 과거사를 부정하고 있는데, 선대 지도자들이 세운 건축물도 폐기 대상이 되는 등 고강도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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