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북 군축 협상을 진행한다면?…"비핵화가 핵심"
"'군축'이란 단어 사용 말아야…北 핵보유국 인정으로 간주할 수도"
"과도한 경계도 안돼…美 새로운 행정부와 협력 北보다 앞서야"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통일연구원이 오랜 시간 교착 상태를 유지해 온 '북핵 문제'의 타개점을 찾기 위해 미국과 북한이 내년 군축(군비축소) 협상을 진행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성윤 통일연 선임연구위원과 백승준 통일연 부연구위원,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발간한 보고서 '2025년 북핵 쟁점: 군축·군비통제 담론 대응 중심으로'를 통해 "내년은 북핵 문제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미북 군축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추측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양국 모두 협상의 동기가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북한은 미국의 신(新)행정부의 성격에 따라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것이고,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국내 여론의 압박을 받으며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2022년 이후 진행된 한미일 3국 안보협력과 중러북 3국 연대의 경합이 2024년 이후 한미동맹과 러북협력 간 세력 경쟁으로 진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수 있는 북핵 정세의 구조적 특징"이라며 이러한 영향력이 한반도 정세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협상이 진행될 경우 주한 미군의 (일부)철수까지도 북한과의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확장 억제'의 토대가 한 번에 붕괴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북한의 요구가 높아졌고, 미국은 다양한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북제재 완화와 함께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해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검증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경우 미북 간 군축(혹은 군비통계)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설사 미북 간 대화가 전개되어도 탐색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관된 대응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군축'이라는 단어를 협상의 공식 명칭이나 내용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공식 군축 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가 사실상 인정받았다고 간주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국제적 선전용'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대화를 제의하는 경우 한미 당국이 이를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궁극적으로 외교와 대화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목표를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으로 확정하고, 협상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이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만 미북 군비 통제 협상은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방식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가 과도하게 협상을 경계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치면, 한국 정부가 대화와 외교를 원하지 않고 심지어 방해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새로 출범하는 미국 정부와의 관계설정에도 부담으로 작동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북미 회담이 이뤄지기 전에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북협상이 실질적으로는 한·미·북으로 전개되는 효과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2025년 미북 협상이 추진, 타협, 이행의 과정 중 어느 지점까지 전개될지 불분명하다"면서도 "한미동맹과 러북 군사협력이 경합하는 안보 딜레마 상황"을 맞이한 북핵 정세가 미북 협상의 유력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런 협상의 파급효과로 우리나라 안보에 미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한반도 문제에 한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 접어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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