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실상 핵보유국' 대비해야…'재처리 능력' 확보 등 '플랜B' 필요"
전략연 "인도·파키스탄처럼 '핵위기' 조성해 핵보유국 지위 확보 시도"
"北 '한국은 핵공격 대상' 규정한 만큼 비확산 준수 의무 없어"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상황에 대비해 한국도 핵잠재력 확보와 같은 '플랜B'(대안)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1일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추구 경로 검토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전략보고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먼저 북한이 인도·파키스탄처럼 핵위기를 조성해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도는 1998년 5월 파키스탄 국경 인근 지역에서 핵실험을 5차례 진행했고, 파키스탄도 이에 대응해 6차례 지하 핵실험을 단행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은 비난 성명을 내고, 제재를 단행했지만 두 국가는 나란히 '핵보유국 선언'을 했다.
두 국가는 '법적인' 핵보유국 지위는 포기하고 추가 핵실험 중단, 핵물질 생산 및 핵확산 통제를 협상카드로 제재를 해제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데 주력했다.
결국 두 국가는 미국과의 길고 긴 협상 끝에 모든 제재 해제 조치를 얻어냈다. 인도는 미국과 2008년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필요성이 지위 인정에 주요인이 됐다.
파키스탄은 1999년 인도-파키스탄 카르길 분쟁 당시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며 핵전쟁 위협을 고조시켰다. 미국도 파키스탄의 핵시설이 테러단체인 알카에다나 탈레반의 습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파키스탄 핵시설 방호를 적극 지원하면서 사실상 핵보유를 인정했다. 당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위해 파키스탄의 협조가 필요한 점도 핵보유국 인정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같은 사례를 원용해 대남 국지 도발 이후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유사한 전술을 채택할 수 있다"라며 "미국이 핵전쟁 방지를 위해 직접 북한과의 양자 대화에 나서거나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이 역내 핵전쟁 위협 감소를 위한 다자대화를 추진할 경우 핵군축 협상으로 귀결될 소지가 있다"라고 예측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핵군축 협상이 개시되면 추가 핵실험 금지, 핵확산 방지, 방어적 핵독트린 채택, 남북 간 신뢰구축 조치 등 사안이 주요 의제가 되면서 북한의 완전화 비핵화 목표는 실종될 우려가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우려했다.
북한은 중장기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핵 용인과 제재 완화를 추구할 것으로 김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는 접근을 취하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의 고위 관리들도 최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간 단계'를 언급하며 북한과의 핵동결 혹은 핵군축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까지 확보할 경우 남한이 확장억제 정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며, 일본 수준의 핵물질 재처리 능력을 갖춰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어 배치할 수 있는 핵잠재력을 확보하거나 호주와 같이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을 도입하는 등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 성공에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다고 김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국을 주적이자 핵공격 대상으로 규정한 상태에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면 한국도 비확산 의무를 준수할 필요가 없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을 의미한다"라며 "한국이 독자적 핵프로그램을 가동하더라도 인도·파키스탄 사례처럼 국제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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