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일봉남' 위해 日 기시다에 이례적 위로 서한"

"지지율 낮은 기시다 자극해 북일 대화 추진…한미일 공조 약화 시도"
"북일 간 납북자 협상 가능성 대비해 한일 공동 대응책 협의해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피해에 관한 위로 전문을 보낸 것은 일본과 대화를 추진해 한미일 구도에 균형을 내려는 차원의 '통일봉남'(通日封南)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발간한 온라인시리즈 '김정은의 일본 지진 서한의 배경과 함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이 '적성국 관계'인 일본의 자연재해에 대해 최고지도자 명의로 위로 서한을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 발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비난하며 일본을 미국 대북 적대정책의 '졸개', '충견'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이 과거 일본의 대규모 자연재해를 위로하는 서한을 보낸 적은 있지만 최고지도자가 일본의 총리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특히 기시다 총리에게 '각하'라는 예우를 갖춘 호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서 위원은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는 각종 무력도발을 하면서도 일본과는 대화를 추진하며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의 약화를 노린다고 봤다.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국면 전환이 필요한 기시다 정권을 자극해 인도적 문제를 소재로 북일 대화를 추진할 의향을 보인 것이라고 서 위원은 해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곡물 생산이 목표 대비 103%를 달성했다고 자체 평가했지만, 여전히 주민의 40%가량이 정상적인 식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목표 달성을 위해 주민을 독려하기 위해선 외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 위원의 분석이다.

기시다 내각이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점도 김 총비서의 서신 발송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서 위원은 판단했다. 북한과 일본이 지난해 상반기에 제3국에서 두 차례 비공개 접촉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김 총비서는 올해 국정계획 수립을 위해 개최한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당의 존엄사수, 국위제고, 국익수호의 원칙에서 강국의 지위에 맞는 공화국의 외교사를 써나가야 한다"라고 대외정책의 원칙을 밝혔다. 서 위원은 김 총비서의 이번 서한에 기시다 총리가 답신하고 인도적 대화를 재개한다면 북한의 올해 대외정책이 '당 결정'에 맞게 순조롭게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위원은 북한이 납북자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해 사실확인 후 서신교환을 진행하고 궁극적으로 상호방문을 하는 것으로 분할해 일본에 접근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한일이 공동 대응책을 협의하고, 남북 간 인도적 대화를 위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한미일에 국내정치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일정이 예정돼 있거나 예상되고 있어 대북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3국 공조에 도전요소가 될 수 있다"라며 "한미일은 고위급 회담뿐 아니라 북핵, 인도적 문제 등 주요 이슈별로 3국 간 실무협의를 활발히 전개해 정책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