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풍년' 선전하는 북한…"줄지어 밀 빻고 국수 뺀다"
노동신문, 밀가루 음식으로 식생활 문화 '향상' 선전
유명 식당에 각종 빵 새 메뉴로 등록·종자보관고도 새로 건설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최근 예년에 없는 밀 풍작을 거뒀다고 선전했던 북한이 요즘 각종 밀가루 음식으로 식생활 문화가 크게 향상됐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일 "식생활 문화에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식생활을 간편하면서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밀가루 음식이 우리 생활과 가까워지면서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의 재령군의 경우 올곡식 수매계획을 훨씬 넘쳐 수행하면서 세대마다 수백 ㎏의 밀을 분배했다고 한다.
신문은 "농장의 밀 가공 설비들이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면서 "밀가루를 빻고 밀국수를 누르려는 농장원들과 그 가족들이 밀 가공실로 줄을 지어 찾아온다"고 전했다.
밀 가공실에 모인 주민들은 "밀국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몇kg씩이나 눌러간 것이 벌써 바닥이 나서 이렇게 또 왔다",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보았는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어디 가서라도 밀가루음식 만드는 방법을 품 들여 배워와야겠다"면서 밀가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실제 북한은 당의 정책에 따라 최근 몇 년간 밀 농사 확대에 주력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밀, 보리 포전이 전국적으로 지난해보다 1만 5000여 정보(1정보는 3000평), 2022년에 비해서는 3만 5600여 정보나 늘어났고 특히 올해는 전례 없는 작황까지 거뒀다고 한다.
신문은 "이 땅에서 밀재배는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지금처럼 재배면적에서나 작황에서 이렇듯 큰 변화가 이룩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라면서 이에 따라 "밀을 가공해 식생활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열의도 이전 시기와는 대비도 할 수 없게 높아졌다"라고 강조했다.
밀 농사 확대에 따라 밀가루를 활용한 음식 만들기도 적극 권장되고 있다.
신문은 가정주부들에게 "식구들의 구미에 맞는 밀가루 음식들을 만들면서 새로운 요리들을 적극 내놓아 우리의 식생활을 풍만하게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라고, 봉사단위와 식료공장엔 "보다 먹기도 좋고 맛도 좋은 새롭고 특색있는 밀가루가공품과 요리들을 더 많이 개발해 상업봉사활동에 구현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또 밀가루 음식에 대한 상식을 배울 수 있는 도서와 편집물 제작도 지시했다.
북한의 조선료리협회가 올해 출간한 계간지 '조선료리' 2호를 보면 양각도국제호텔, 청류관, 창광봉사관리소의 은정찻집, 만수교청량음료점 등 유명 식당에서 크림소빵과 크림소과자, 증기빵, 남새소빵, 팥소효모빵, 남새빵, 합성빵, 핫도그, 샌드위치 등 각종 빵이 새 메뉴로 등록됐다.
또 황해북도는 최근 각 시, 군에 밀보리 종자보관고를 새로 건설하거나 기존 보관고 능력 확장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밀 농사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21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인민의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겠다"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돼 왔다. 그 배경으로 밀이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점, 기존 옥수수 중심의 식량 구조를 다변화해 주민들의 입맛 변화에도 부응하겠다는 의도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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