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각지에 목장 건설·풀판 조성…저출산에 '육아 정책' 공들여
전국서 유제품 생산 능력 강화 사업 활발…최근 농촌리로 사업 확대
김정은도 '출생률 감소' 첫 언급…저출산 문제 심각 판단 추정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전국 각지에 염소 목장을 짓고 풀판을 조성하는 등 당의 '육아 정책' 이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북한도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각지에서 보내온 지역 소식을 보도했는데, 상당수가 어린이와 영유아 대상 유제품 무상 공급 정책과 관련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삼지연시는 베개봉 기슭에 청년염소목장을 새로 건설하고 목장 주변에 인공 풀판을 조성했다. 또 우량품종의 염소를 확보하는 데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신문은 "시에서 당의 육아 정책을 높이 받들고 어린이들에게 맞 좋고 영양가 높은 젖제품(유제품)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한 일판을 통이 크게 전개했다"면서 "후대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끼지 않는 당의 뜻을 가슴 깊이 새겼다"라고 언급했다.
함경남도의 경우 유제품 생산능력이 지난해에 비해 1.5배 확대됐다고 한다. 젖가루(분유) 생산 설비 수십 대와 신젓(요거트) 생산 설비 수백 대를 마련하는 등 유제품 생산 토대를 강화하는 사업에 힘을 넣었다.
신문은 "결과 도안의 농장들과 탁아소, 유치원을 가지고 있는 공장, 기업소들에 젖제품 생산 설비가 그쯘히 갖추어져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청진시 역시 육아 정책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청진시는 염소들의 먹이 원천을 늘리기 위해 좋은 품종의 풀씨 확보에 애를 썼고 이 과정에서 수천 정보의 풀판을 새로 조성했다. 또 능률 높은 가공설비를 갖춘 분유공장을 꾸려놓고, 우량품종 염소 마릿수를 늘리는 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이외에도 신문은 최근 라선시에서 젖소염소목장을 개건했고, 양강도는 혜산젖소목장을, 황해북도는 황주젖소목장을 새로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또 그동안 각 도와 시, 군에서 진행돼 온 유제품 생산 토대 확대강화 사업이 농촌리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어린이와 영유아 대상 유제품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사업은 학용품, 교복 무상 제공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 '미래 세대' 중시 사업으로 꼽힌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육아법'까지 제정하며 어린이들을 '조국의 미래'라고 띄워 왔는데 이에 따라 올해 각지에서 관련 사업이 상당히 활발히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같은 '육아 정책'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한의 특단의 대책일 수도 있어 보인다. 애초 국방력 강화 국면에서 '미래 세대' 띄우기가 시작됐지만 현실적으로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 총비서도 지난 3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개회사에서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교양을 잘하는 문제도 모두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우리들 모두의 집안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가 '출생률 감소'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북한 내에서도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올해 1.8명으로, 기존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2.1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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