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탁구 은메달은 中 덕분?…"규정 알려주고 특수제작 라켓 선물"
中 매체 "규정 어긴 北에 '해결 팁' 줬다"…올림픽 비하인드 보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탁구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북한팀을 중국 측이 뒤에서 도운 일화들이 중국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매체 중화망은 최근 보도에서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종목 부주심으로 활약한 중국인 심판 우페이가 북한팀이 경기 전 규정 위반으로 출전하지 못할 뻔한 일을 도와줬던 일화를 전했다.
우페이는 "경기 전 북한팀 라켓을 점검하다가 라켓 가방 옆면에 여러 개의 '나비' 브랜드 로고가 인쇄된 것을 봤다. 이는 국제탁구연맹(ITTF) 규정 위반 사항이라 이를 북한팀에 알려줬다"며 "북한 선수들은 그동안 국제 대회에 거의 참가하지 않았던 탓에 규정을 잘 몰랐고, 매우 불안해하고 당황스러워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규정상 라켓 가방에는 하나의 로고만 보여야 한다"며 "내가 검은색 마커로 로고를 하나만 남기고 다 색칠해 덮으라고 조언한 덕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페이가 언급한 '나비' 로고는 일본 탁구채 제조사로 유명한 '버터플라이' 상표다. 일본 기소 지방에서 자라는 편백나무를 엄선해 만든 최고급 소재의 탁구채로, 평양의 특권층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상표는 타원형 두 개가 나비의 날개 모양처럼 붙어 있는 이미지인데 이는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북한팀 선수 김금용의 탁구채에서 포착됐다.
다만 북한 측이 직접 해외에 나가 제품을 구매한 건지 아니면 후원을 받은 건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과거 북한 탁구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체육용품 회사 '은하'(허베이인허체육용품사)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탁구 선수 리정식과 변송경에게 한정판 고급 탁구채(모델명 PRK-510)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올림픽 직전 장비를 바꿀 수 없어 북한 선수들은 이 채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식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탁구채는 중국 브랜드 '홍슈앙시(DHC)' 모델 'W968'로, 탁구채 끝부분에 중국 탁구 간판선수 '마롱'의 초상화가 들어간 제품이다.
지난달 22일 '은하'의 공식 판매 사이트에 따르면 가장 내구성이 강한 제품인 모델 'PRK-520X'는 북한 탁구 선수들의 타법에 맞춤형으로 제작됐으며 파리올림픽 이후 훈련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이 밖에도 '은하' 브랜드 홈페이지에는 '조선국가대표단 전용라켓'으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출전한 북한 탁구 선수 차수영, 최현하, 전경미, 안지성의 이름이 각인된 라켓의 사진과 출시 날짜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이들의 라켓은 은하와 계약을 맺은 중국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같은 보도 내용은 최근 북중관계가 냉랭한 동향과 전반적 평가와는 다른 모습으로 이채롭기도 하다. 북한과 중국은 외교 전략의 이견으로 북중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 이렇다 할 행사나 정치외교적 교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올림픽이 끝난 지 한참 뒤인 최근에서야 이같은 보도가 나온 것이 올해 북중수교 기념일(10월 6일)에 '빅 이벤트'를 치러야 하는 양측의 관계를 감안해 '의도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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