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탁구, 세계 2위 일본 이기며 '이변'…비결은 '미스터리 타법'
공 방향 전환 잦은 '롱 핌프' 사용…일본팀 "변화 적응 못해"
"북한팀 키 균형 조화로워…중국 탁구 기술 녹화하며 복기"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탁구 혼합 복식 16강전에서 세계랭킹 2위 일본팀을 꺾고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 선수들의 공격 기술을 '미스터리 타법'이라고 부르며 베일에 싸여있던 이들의 실력을 분석했다.
탁구 국제심판장인 쑨치린 상하이 교통대 석좌교수는 최근 중국 신화넷과의 인터뷰에서 "북한팀은 다른 팀에 비해 경기 경험이 적어서 그들이 대련한 것을 본 사람이 거의 없고, 인터넷에도 그들에 대한 정보가 적다"라며 이들이 비주류 선수였다는 점을 먼저 언급했다.
쑨 교수는 "훈련 방식, 기술전략 특징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이 인터뷰를 하지 않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신비로움'이 생겼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네티즌들은 리정식(24), 김금용(23) 선수와 관련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미스터리 선생'이라는 태그를 붙이고 있다.
신화넷은 "결승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입을 열었지만 그들은 침묵을 지켰고, 전술에 관해 물었을 때 그들은 단지 몇 마디만 말했다"라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북한팀 감독에게 일본팀을 상대한 전략이 무엇이냐고 묻자 "올림픽 전에 참가한 유일한 대회가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었다"라며 전술 노출이 적었다는 점을 짚었다.
북한 선수들은 그동안 국제 경기 대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자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불참하면서 2022년 말까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자격이 정지됐다. 이후 NOC 지위를 회복한 북한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5년 만에 아시안 대회에 복귀했다. 그러나 출전 이력이 없어 세계 랭킹도 없었다.
김 선수 탁구채(라켓)에 부착된 고무판(러버)과 타법도 중요한 '비밀병기'로 거론됐다.
북한 탁구채의 양면은 다른 러버가 부착돼 있는데, 그중 한 면은 '롱 핌플(돌출된 고무 돌기가 1.5~2㎜ 이상 긴 유형의 러버)'이다. '롱 핌플'이 부착된 면으로 공을 받아 치면 공의 회전 변화가 다양해서 상대방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보통 혼합 복식 탁구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번에 북한팀과 경기를 치른 한 홍콩 탁구 선수는 "롱 핌플은 특수 타법"이라며 "단식이었다면 조정을 할 수 있겠지만 우리 팀 선수들은 둘 다 오른손잡이라서 맡은 위치를 자꾸 비우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라고 신화넷에 토로했다.
쑨치린 교수는 "쉽게 말하면 '롱 핌프'는 기존 공의 회전 방향을 역으로 바꿔서 상대측에 보낸다"라며 "처음에는 커트 선수들이 자주 이용했다면 점점 공격형 선수들의 '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핸드에 능숙한 김 선수가 라켓의 앞뒤를 번갈아 가며 공을 받기에 상대 선수는 계속 변화되는 공의 리듬과 회전율에 단번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북한팀과 겨룬 하리모토 도모카즈 일본 탁구 선수도 김 선수의 공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 선수의 백핸드 타법이 일본 팀에 큰 문제를 일으켰다고 전했는데 "김 선수가 넘기는 공은 회전율이 적었는데, 일본 팀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리시브 질이 떨어져 리 선수에게 번번이 공격을 허용해 북한 팀의 단골 득점 방식이 됐다"고 보도했다.
쑨 교수는 한국 선수를 언급하며 "(리 선수는) 타법이 한국팀의 장우진 선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리 선수의 키가 더 커서 145㎝의 김 선수와 균형을 이루고 서로 보완이 됐다"라며 "여자 선수가 테이블과 가까이 안쪽을 통제하고 남자 선수가 바깥쪽에서 움직이며 서로 지속하기 쉬운 형태를 유지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탁구 혼합 복식 경기에서 북한은 총 3차례 경기를 치르고 결승전에서 중국과 만났다. 8강에서는 세계랭킹 9위의 스웨덴을 4대 1로 격파하고, 준결승에서 만난 세계랭킹 6위 홍콩에는 첫 게임에서 11대 3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점수 차로 이겼다.
중국 충칭 중빈스포츠의 리샤오솽 총감독은 지난달 31일 두 선수가 그동안 중국 프로팀에 소속돼 연습했다고 알렸다.
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은 의지력과 정신력 측면에서 매우 뛰어났고, 다만 일부 기술이 거친 면이 있었지만, 경기를 통해 자신의 단점을 깨달았고, 통역을 통해 코치들을 찾아가서 다양한 기술적 문제점을 묻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다"라고 중국 상유신문에 말했다.
아울러 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은 중국의 탁구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시합에 참가할 때마다 비디오카메라로 전 경기를 찍고 시합이 끝난 뒤에는 복기하고 있다"라며 "그들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체조와 체력훈련을 하고,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 않고 다른 여가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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