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블러' 처리한 북한의 '자본주의' 깎아내리기[노동신문 사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개인의 향락만을 추구하는 패륜아, 돈밖에 모르는 추물, 정신적 기형아."
"정신문화를 말살하고 윤리도덕적 관계를 무참히 파괴하는 악의 서식지."
요즘 북한의 자본주의 체제 깎아내리기가 거침이 없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 기사가 거의 연일 실리고 있다.
5일에는 '인간의 정신문화생활이 극도로 빈궁화되어가는 사회'라는 기사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말세기적 풍조가 성행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애인을 총으로 살해하고, (일본에서) 부모가 3살밖에 안 되는 아들을 토끼장에 넣어 질식시켜 죽이는 등 "정상 사고를 갖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짓", "짐승도 낯을 붉힐 범죄 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고 각종 엽기적 사건사고를 열거했다.
신문은 또 "미국에서는 색정적이고 퇴폐적이며 엽기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와 노래, 춤과 소설들이 유포되고 있으며 방영되고 있는 TV 편집물 가운데서 폭력 장면이 시간당 평균 8~12번이나 펼쳐지고 있다"라고 대중문화도 비난했다. 지배계급이 이를 통해 대중을 '저속한 정신상태'로 만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앞서 4일에는 경제적 불평등을 꼬집으며 "자본주의의 영원성 신화는 깨졌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신문은 "미국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 큰 불행의 나락으로 밀어 넣고 부유한 자들을 더 부유하게 해주는 극도로 불평등한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하고 반인민적인 사회, 악의 소굴"이라고 표현했다.
또 1일에는 "자본주의 나라 아이들은 돈벌이 시장으로 되어버린 교정에서 범죄의 희생물, 돈의 노예로 시들어가고 있다"면서 "자본주의 나라들의 교육이라는 것은 인재 육성보다도 황금만능의 가치관을 심어주고 약육강식의 생존원리체현자들을 키워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교육제도를 비난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차원에서 자본주의를 깎아내리는 방식을 써왔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기사가 실리는 빈도가 잦아지고, 논조도 다소 과격해지는 모습이다.
단순히 올해 신문에 실린 기사 중 '자본주의' 키워드가 들어간 글만 51개 이른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자본주의'가 언급된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부각해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깨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외부 문화의 유입으로 청년을 비롯해 주민들의 사상이 이완되고 '변질'될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응 차원에서 매체를 활용해 자본주의에 대한 적대감 부추기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조선중앙TV에서 영국BBC 방송의 TV프로그램 '정원의 비밀'을 방영하면서 출연자가 입고 있는 청바지를 '블러'(Blur) 처리해 흐릿하게 내보내기도 했다. 청바지로 대표되는 '서양식'에 대한 모든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yeh2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