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소에 가짜 연구개발 제품 납품해 수백억 챙긴 일당 구속

활성탄 몰래 넣고 비밀 배관 설치해 납품검사 통과
추가 수사에서 업무횡령 등 혐의도 발각

조선소 대기방지시설의 최종 배출 스택(기둥). 교수 B씨가 해당 기둥 안쪽에 비밀 배관을 몰래 설치하며 납품검사를 통과해왔다.(울산해경 제공)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부울경 지역 대형 조선소들을 상대로 가짜 유해대기 방지시설을 속여 납품한 일당이 경찰에 발각됐다.

6일 울산해양경찰서는 대기오염물질 정화시스템을 제작하는 부산 기장 소재 ㄱ업체 대표 A씨를 지난해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으로 구속하고, 같은 혐의를 받는 부산 모 사립대학교 환경학과 교수 B씨 등 3명을 올해 10월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교수 B씨는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R&D 예산인 정부출연금 약 11억6000만원을 받으며 조선소 도장공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저감하는 유해대기 방지시설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B씨는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미완성 기술임에도 해당 연구개발 제품이 마치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속여왔다.

그 결과 2020년부터 3년간 부산, 울산, 목포 지역 조선소 3곳에 약 116억원 상당의 가짜 유해대기 방지시설을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교수 B씨는 ㄱ업체 사내이사로 등기해 고급 승용차와 월 200~30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으며 치밀하게 범행에 가담했다.

교수 B씨가 조선소 대기방지시설 내에 몰래 숨겨둔 활성탄.(울산해경 제공)

B씨는 해당 제품이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요구하는 배출 기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필터가 정상적으로 정화하는 것처럼 숨기기 위해서 배관에 활성탄을 몰래 넣어 납품검사에 통과했다.

매 검사마다 활성탄 활성탄 구입에 부담을 느낀 B씨는 대기방지시설의 최종 배출 스텍(기둥) 안쪽에 비밀 배관을 몰래 설치해 대기오염물질을 그대로 배출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ㄱ 업체는 교수 B씨가 연구 용역하면서 2017년에 설립한 회사로, 이후 자신의 후임으로 들어온 A씨에게 대표직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ㄱ업체의 유해대기 방지시설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해 오염물질 저감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조선소 도장공정 업체 전직 직원이 경찰에 제보해 범행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로 인한 유해 오염물질 배출량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해경의 잠입수사 당시 휘발성 유기화합물 200~400ppm 정도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배출 기준은 100ppm이다.

경찰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 교수 B씨는 해당 연구에 투입된 학생 연구원 19명의 연구비 입금 통장을 강제로 회수해 인건비 약 1억5000만원을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또 ㄱ업체 대표 A씨가 조선소 블록 도장업체인 ㄴ업체에 가짜 유해대기 방지시설을 납품하는 과정에 ㄴ업체 이사 C씨로부터 설치공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그 차액을 돌려 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2년간 2억5000만원을 받은 ㄴ업체 이사 C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올해 7월 추가 구속했다. 다만 C씨는 해당 제품이 가짜 유해대기 방지시설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해양경찰서는 "국가가 수년간 대기환경을 개선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노력한 정부 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해양경찰은 국민 생활권을 침해하는 범행에 대하여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ㄱ업체 대표 A씨가 조선소 블록 도장업체인 ㄴ업체 구매부장에게 차액으로 전달한 현금 1억5000만원.(울산해경 제공)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