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소식에 눈물" 한글교실 다니다 검정고시 '울산 최고령' 합격

울산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어르신 문해력 향상 도움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강생 윤매임·주복순씨가 2024년 제2회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윤매임(사진 오른쪽)·주복순씨(사진 왼쪽)가 박명숙 교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구청 제공)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조금 전에 알려준 것도 잊어버리는 나이에 이렇게 검정고시까지 합격할 줄은 몰랐어요."

울산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강생 윤매임씨(76)가 지난 8월 치러진 2024년 울산교육청 제2회 초졸 검정고시에서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리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윤매임 씨는 올해 초 한글교실 박명숙 교사의 제안으로 검정고시 도전을 결심했고, 두 달여 동안 한글교실 2시간 수업이 끝난 뒤 연이어 2시간이 넘게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함께 처음으로 검정고시에 도전한 주복순씨(70) 역시 "합격 소식을 들은 날 눈물이 났다. 공부를 못한 한이 있었는데 이렇게 뒤늦게라도 한글교실의 도움을 얻어 졸업장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며 "중등 검정고시에도 도전해 꼭 졸업장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구 염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매주 두차례 진행하는 찾아가는 한글교실에서 5년 가까이 공부하고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데 분모나 분자 같은 단어를 처음 들었어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면 다음 날 다 잊어버리고, 또다시 배우고. 자꾸 잊어버려서 선생님께 어찌나 미안하던지."

"합격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선생님 덕분이죠. 응시원서 제출 날도, 시험 날도 동행하면서 용기를 주셨어요. 우리도 우리지만 입술이 부르트면서까지 열정을 쏟아주신 박명숙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이들은 지난 두 달간 함께 열정을 쏟아준 한글교실 박명숙 교사를 '우리의 과외 선생님'이라 칭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벌레에 물려 퉁퉁 부은 눈으로 울산교육청에 응시원서를 제출했던 일, 숙제를 다 못해서 선생님에게 혼났던 일, 합격자 발표날 쏟았던 눈물 등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시간 동안 쌓은 추억도 많다고.

염포동 한글교실 교사 박명숙 씨는 "어머니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나도 함께 공부했던 지난 두 달의 시간이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교실 수강생들의 이번 사례가 다른 한글교실 참여자들에게 도전 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을 위해 동별로 문해교사를 파견해 한글 교육을 실시하는 평생학습 사업이다.

북구 관계자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뜻깊은 결과를 얻은 수강생과 선생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구민의 교육기회 보장을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