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대 무효 판결…울산시, 현수막 청정지역 논의

‘정당 현수막 청정지역’ MOU 체결 협조 움직임
상위법을 개정해야 된다는 지적도 제기

지난해 울산시 도시미관 작업 관계자들이 울주군 장검교차로에서 정당현수막을 포함한 거리에 게시된 불법현수막에 대해 일제 정비를 실시하고 있다. (울산시제공)/뉴스1 ⓒ News1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대 이용 의무’를 규정하던 울산시의회 조례가 대법원으로부터 무효 판정을 받자, 울산시는 각 정당과 협의해 ‘정당 현수막 청정지역’ 선포를 논의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조례안이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없는 전용 게시대 설치 의무를 신설한 것은 법령 우위의 원칙에 위배되고 법률의 위임 근거도 없으므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해당 조례안은 정당 현수막을 ‘전용 게시대’에 설치하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울산시는 조례가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대 134개소를 운영해 왔다.

당시 지역 정당들의 협조로 거리에 난립하던 정치 현수막들이 깨끗하게 정돈되기 시작했고, 시민들도 보행 안전을 위협하던 장애물이 사라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에 따르면 조례 시행 첫 주에는 불법 정당 현수막 256건 정도가 철거됐으며, 2~3주 차부터는 40건씩 급격히 줄어들다가 현재는 단속 건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조례 무효 판결’과는 무관하게 올 연말까지 전용 게시대 25개소를 추가 설치해 169개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날 “현재 울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총 12곳이며, 이 중 대표가 공석인 1~2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효 판결 이후에도 ‘전용 게시대 이용’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시는 무효 판결이 알려진 지난 30일 각 정당에 ‘정당 현수막 청정지역’ MOU 체결을 제안하고 선포식 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정당은 MOU는 법률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협조는 하되 ‘청정지역 선포’ 자체에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자체 차원의 노력으로 ‘정당 현수막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이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읍·면·동에 현수막을 2개 이내로 설치할 수 있게만 제한하고 있을 뿐, 지자체 허가나 신고하지 않아도 되며 장소나 개수 관계없이 자유롭게 부착할 수 있다.

일반시민의 현수막은 지정된 현수막 거치대를 벗어나면 지체 없이 철거되고 과태료까지 부과받을 수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에 지역 정계에서는 정당 현수막의 설치·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시행령이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전부터 나오고 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울산 중구) 역시 지난 21대 국회에서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정당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해당 내용은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