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로당은 오는 사람 막지 않아…누구나 더위 식힐 수 있어"

찜통 더위 울산 무더위쉼터 가보니

폭염특보가 6일째 이어지고 있는 25일 오전 울산 북구 신기경로당에 어르신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2024.7.25./뉴스1 ⓒNews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폭염특보가 6일째 이어지고 있는 25일 오전 울산 북구 신기경로당.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이곳은 냉방시설이 갖춰져 있어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장바구니를 짊어지고 들어오던 80대 어르신은 “이 근처 안과 가기 전에 잠시 들렀다”며 “요즘 날씨에는 땡볕에 잠시 서 있어도 어지러워서 나가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옆에서 부채질하고 있던 엄태호씨(75·남)는 “여기는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데, 하루에 20명 정도의 노인들이 온다”며 “코로나 이후로는 노인정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없어져서 점심시간이 지나고 해가 중천에 떠야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인다”고 말했다.

엄 씨는 “오늘같이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날에는 누구나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항상 열려 있다”며 “일반 사람들은 잘 몰라서 그런지 평소에 오던 사람들만 오긴 한다”고 말했다.

이곳 신기경로당 입구에는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을 회원·주민이 아닌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시고, 폭염대책 기간에는 무더위쉼터를 상시 운영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북구청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타 지자체에서 무더위쉼터로 조성된 경로당을 회원만 출입하게 한 사례가 있어 보건복지부에서 각 구·군으로 협조 공문이 발송됐다"며 "북구에는 회원제로 운영 중인 경로당이 없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입구에 안내문을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재 울산지역 실내 무더위쉼터 960곳 중 노인시설을 무더위쉼터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570곳이다. 경로당에는 매달 냉방비를 비롯한 전기요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울산 북구 신기경로당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 회원이 아닌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적혀있다.2024.7.25./뉴스1 ⓒNews1 김세은 기자

경로당이 아닌 무더위쉼터로는 금융기관 298곳, 주민센터 53곳, 복지회관 14곳, 기타 22곳으로 운영 중이다.

야외 무더위쉼터도 정자 9곳, 공원 5곳, 교량 하부 2곳으로 총 21곳이 지정됐으나, 푹푹 찌는 더위에 이용객이 드물었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북구 신기교 하부에 마련된 야외 쉼터를 찾아가 보니, 코로나19 이후 쉼터의 테이블이 철거돼 있어 쉴 수 있는 좌석이 없었다.

인근 매곡천을 산책하던 한 주민은 “여기가 시원하기는 한데 테이블이 있었을 때는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많이 와서 소음이나 쓰레기처리 민원이 많았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북구 측은 "이후 현장에 직접 가보고 해당 쉼터를 무더위쉼터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관리 주체인 각 구·군은 주기적으로 무더위쉼터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홍보를 위해 무더위쉼터 명판을 정비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구 163곳, 남구 263곳, 동구 74곳, 북구 132곳, 울주군 349곳에 무더위쉼터를 운영 중이다.

한편 이날 울산지역 낮 최고기온은 34도로, 서부 지역에는 폭염경보가 동부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울산 북구 신기교하부에 마련된 야외 무더위쉼터. 코로나19 당시 안전수칙 준수를 위해 테이블이 철거됐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2024.7.25./뉴스1 ⓒNews1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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