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상가를 고전적 전시공간으로" 울산현대미술제에 가보니

오는 19일까지 문화의거리 상가 7곳에서 열려
박신영 코디 "이번 미술제로 문화도시 울산 알렸으면"

14일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 에피모양장점 2층에서 '2024 울산현대미술제'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24.05.14. 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 오랜 기간 비어있던 빈 상가들이 고전적인 멋을 가진 전시 공간으로 변모했다.

14일 오전 11시께 방문한 중구 문화의거리 에피모양장점 2층. 이곳은 10여년째 영업을 않다가, 이번에 ‘2024 울산현대미술제’의 전시장으로 섭외돼 유명 현대미술 작가 4명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 한 가운데 비닐봉지 안에 바람을 불어넣은 모습을 시멘트로 본뜬 고사리 작가의 ‘숨’이 진열돼 관람객의 이목을 끈다. 햇볕이 들어오는 통창 아래에는 대리석으로 파도를 표현한 김홍석 작가의 ‘the wave’가 놓여있다.

이곳 맞은 편에 위치한 ‘도깨비난장’도 원래 비어있는 점포였으나, 이번 미술제를 맞아 박윤경 작가의 시폰 작품 ‘관계의 회복’을 단독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처럼 ‘2024 울산현대미술제’는 울산 예술가들의 집성촌이라고도 불리는 중구 문화의거리 일대 상가 공간 7곳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박신영 코디네이터는 “거리의 유휴 공간들을 직접 쓸고 닦고 해서 예쁜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원래는 공간을 잘 안 빌려주시는데 저희가 생각했을 때 작품과 잘 어울릴 것 같아 매번 가서 요청했다”고 말했다.

거리 일대 건물 외벽이나 가로수를 활용한 야외 설치 작품도 돋보인다. 크레존 건물 앞 거리에는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학생들이 주도해 설치한 ‘무거동 탈출기’ 작품들이 줄지어져 있다.

14일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에 설치된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학생들의 스트릿 프로젝트 '무거동탈출기' 작품 중 하나다. 2024.05.14. 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특히 이번 울산현대미술제는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들의 작품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미디어아트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인 오스트리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Prix Ars Electronica) 2023’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를 수상한 김아영, 2018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전소정, 2014년 사진가로서는 처음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노순택 등 국내 예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박 코디는 “미술제 자체가 타지인들이 와서 전시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도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떠난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며 ”이번에는 울산 작가 위주가 아닌 국제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을 섭외해서 울산에 대한 좋은 인식을 주고 재방문할 수 있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울산에서 유일하게 남은 미술제인 만큼 울산 시민분들이 많이 찾아오셔서 즐겼으면 좋겠다“면서 ”또한 인근에 울산시립미술관도 있으니 울산 지역 예술인들에게 관심 가져 울산과 중구가 문화도시로서 발전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상일보가 주관하고 박순영 예술감독이 기획한 ‘2024 울산현대미술제’는 오는 19일까지 아트스페이스그루, 어라운드울산, 가다갤러리, 에피모양장점 2층, 도깨비난장, 갤러리월, 가기갤러리 총 7곳에서 진행된다.

전시를 보고 다섯 군데 이상 도장을 찍어오면 인근 카페 4곳에서 음료 가격을 5% 할인받을 수 있다.

14일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에 위치한 가기갤러리에서 노순택 작가의 작품을 박신영 코디네이터가 설명하고 있다. 2024.05.14. 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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